발달장애인 두 명을 ‘특수절도범’으로 만든 수사, 법대로 했다는 말만으로 충분한가
[시민의소리=사설] 최근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발생한 사건이 사회적 공분과 함께 깊은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서른 살을 훌쩍 넘긴 중증 발달장애인 청년 두 명이 특수학교 동창생을 오랜만에 만나 편의점 밖 냉장고에서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한 개를 꺼내 나눠 먹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부모들은 편의점을 찾아가 정중히 사과하고, 아이스크림 가격의 60배가 넘는 10만 원을 배상했다.
피해를 입은 편의점 점주 역시 사정을 전해 듣고 온정 어린 태도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선처를 구했다.
피해자도, 피의자의 가족도 모두 원만하게 합의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될 법한 이 작은 해프닝은 그러나 경찰의 손을 거치며 ‘특수절도범’이라는 무시무시한 낙인으로 돌변했다.
부산진경찰서는 이 두 명의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형법상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형법 제331조에 규정된 특수절도죄는 야간에 문이나 벽을 부수고 침입하거나, 흉기를 소지하거나, 혹은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타인의 재물을 훔쳤을 때 성립하는 중죄다.
경찰은 바로 이 ‘2인 이상이 합동했다’는 자구에만 매몰되어 기계적인 법 집행을 감행한 것이다.
특수절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수사와 처벌이 진행된다는 점을 방패 삼았다.
경찰 관계자는 “법리상 불송치 결정이 어려웠으며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최선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과연 이것이 최선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을 접한 수많은 중장년 시민은 깊은 회의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자식을 키우고 사회의 쓴맛 단맛을 모두 겪어온 이들에게, 이번 경찰의 처사는 법의 본질을 망각한 잔인한 행태로 비치기 때문이다.
법은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마지노선이다.
결코 사람의 사정과 지능, 맥락을 무시한 채 글자 그대로만 적용하는 자동판매기가 아니다.
중증 발달장애인 두 명이 아이스크림 한 개를 나눠 먹은 행위에서 타인의 재산을 강탈하겠다는 악의적인 범죄 의도나 계획적인 공모를 찾아볼 수 있는가.
이들에게 ‘공동 실행의 고의’가 엄격하게 존재했는지를 면밀히 따졌어야 했다.
발달장애의 특성상 친구가 아이스크림을 꺼내니 아무런 인지 없이 곁에서 함께 나눠 먹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경찰은 사안의 경중이나 행위자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두 명이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흉악범이나 조직절도단에나 어울리는 ‘특수절도’의 잣대를 들이댔다.
만약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갖춘 성인들이 악의를 가지고 물건을 훔쳤다면 엄벌을 면치 못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포용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인지적 한계를 공동체가 함께 채워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60배의 배상을 마쳤으며, 피해 당사자마저 따뜻한 이웃의 마음으로 용서한 사건을 굳이 전과 기록의 문턱까지 끌고 가야만 법치국가의 권위가 바로 서는 것인가.
검찰이 초범이라는 점과 원만한 합의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며 사법 절차는 일단락되었지만, 청년들의 가족이 받은 정신적 충격과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려워 보인다.
가족들은 담당 수사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가슴 아픈 사회적 비용인가. 거악(巨惡)을 척결하고 수십억, 수백억 원대의 권력형 비리를 잡아내야 할 사법 권력이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 앞에서만 이토록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는 모습은 서글프기 짝이 없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일선 경찰서의 과잉 수사 논란을 넘어, 우리 사법 시스템이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을 집행하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차가운 법전의 글귀를 외우는 지식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유연한 태도, 즉 ‘법률적 공감 능력’이다.
기계적인 법 적용은 정의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향후 사법 당국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연루된 사건에서 범죄의 고의성과 맥락을 더욱 꼼꼼히 살피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법의 눈은 멀었을지언정, 법을 집행하는 인간의 가슴마저 차갑게 얼어붙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