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소리=사설] 7월 11일은 ‘인구의 날’이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불균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국민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법률로 지정된 날이다.
2011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근거가 마련된 이후 올해로 열다섯 번째를 맞았다.
인구 문제는 이제 특정 세대나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됐다.
보건복지부는 7월 10일 제15회 인구의 날 기념식을 열고 저출생 극복과 고령사회 대응, 인구의 질적 향상에 기여한 개인과 기관 등 75명에게 훈장과 표창을 수여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일·가정 양립과 출산 친화적 기업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각 지역에서도 ‘함께 키우는 아이, 함께 만드는 미래’를 내걸고 기념행사와 토론회가 이어졌다.
최근 출생 지표가 다소 개선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으로 전년보다 1만6,100명, 6.8% 증가했다. 첫째아는 8.6%, 둘째아는 4.5% 늘었다.
2025년 혼인 건수도 약 24만 건으로 전년보다 8.1% 증가했다.
혼인 증가가 출생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 흐름이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한 해의 반등만으로 인구위기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사망자는 36만3,400명으로 출생아보다 약 10만9,000명 많았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는 약 11만 명 감소를 기록했다.
아이 울음소리가 조금 늘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해마다 중소도시 하나에 해당하는 인구가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구조에 놓여 있다.
고령화 속도도 매우 빠르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에 달해 국민 5명 중 1명이 고령자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36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금과 의료, 돌봄, 주거, 노동시장 구조를 모두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구 감소는 지역에서 더욱 가혹하게 나타난다.
청년들은 일자리와 교육, 주거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지방에는 고령인구만 남는다.
국가데이터처 분석에서도 최근 20년 동안 19∼34세 청년층은 수도권으로 지속해서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이 떠난 지역에서는 학교와 산부인과가 사라지고, 대중교통과 상점이 줄어들며, 결국 정주 여건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 정책도 이제 ‘몇 명을 더 낳게 할 것인가’라는 숫자 중심의 접근을 넘어야 한다.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을 권유하기 전에 안정된 일자리와 감당할 수 있는 집값,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교육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출산지원금 한 번보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직장문화가 중요하며, 돌봄을 여성에게만 떠넘기지 않는 사회적 분담체계를 세워야 한다.
고령사회를 부담으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야 한다.
건강하고 경험 많은 노인이 일하고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질의 노인 일자리와 평생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혼자 사는 노인의 의료·요양·주거를 지역 안에서 연결하는 통합돌봄 체계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어느 세대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가 곧 인구위기에 강한 사회다.
제15회 인구의 날은 기념행사와 유공자 포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아이를 낳으라는 구호보다 아이를 낳아도 경력이 끊기지 않는 사회, 청년이 지역에 남아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 노인이 오래 살아도 불안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인구는 통계표 속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삶이다.
출생아 수의 작은 반등을 희망의 불씨로 살리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지역사회가 삶의 조건을 바꾸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올해 인구의 날이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회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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