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소리=사설] 민선 9기 지방정부가 7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전국 광역·기초단체장들은 앞으로 4년 동안 지역의 살림과 주민의 삶을 책임지게 된다. 출범 첫날의 풍경은 과거처럼 화려한 취임식에 머물지 않았다.
상당수 지방정부는 취임식을 간소화하거나 생략하고, 민생 현장 방문과 비상대책회의, 지역 현안 점검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는 선거의 승패보다 주민의 생활이 더 급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번 민선 9기의 출발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 자영업자의 한숨, 청년 주거 불안, 노인 돌봄, 교통 혼잡, 재개발·재건축 갈등, 지방재정 악화가 한꺼번에 쌓여 있다.
일부 광역단체는 수조 원대 재정 부담을 안고 새 임기를 시작했고, 여러 기초단체 역시 한정된 예산 속에서 복지와 개발, 안전과 교통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지방정부가 보여야 할 첫 태도는 바로 이런 현실 인식이다. 예산은 구호가 아니라 숫자이고, 숫자는 곧 주민의 삶이다.
서울 자치구들의 첫 결재도 눈길을 끈다.
여러 구청장이 재건축·재개발, 주거 정비, 현장 안전, 교육, 복지 등을 1호 결재로 선택했다.
특히 부동산과 주거 문제는 민선 9기 지방행정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낡은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한 주택 공급을 늘리며, 정체된 도시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속도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
재건축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주 불안과 임대료 상승, 공동체 해체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개발의 속도만큼이나 주민 보호 대책도 함께 가야 한다.
민선 9기 지방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은 ‘보여주기 행정’이다.
1호 결재는 상징일 뿐이다.
주민은 사진 한 장, 현수막 한 줄, 취임사 한 문장으로 생활이 나아졌다고 느끼지 않는다.
버스가 제시간에 오고, 골목 주차가 조금 나아지고, 어르신 복지관 프로그램이 끊기지 않고, 소상공인 지원이 제때 이뤄지고, 폭염과 폭우 때 취약계층이 먼저 보호받을 때 행정의 존재를 체감한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대형 개발사업보다 작은 불편을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에서 갈린다.
중앙정치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 호흡은 더욱 중요해졌다.
중앙정부의 국정 기조와 지방정부의 현장 행정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다만 지방정부는 중앙정치의 하부 조직이 아니다.
주민이 직접 뽑은 생활정부다. 여야가 다르더라도 민생 예산과 지역 현안 앞에서는 협치해야 한다. 정당의 유불리보다 주민의 삶을 먼저 놓는 지방정부가 되어야 한다.
민선 9기의 첫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공약을 장밋빛 구호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일정표로 공개해야 한다.
둘째, 재정 상황을 주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셋째, 개발과 복지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넷째,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지역 민심을 통합해야 한다.
다섯째, 폭염·호우·안전사고 같은 생활 재난 대응 체계를 임기 초부터 점검해야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주민의 평가는 이제 시작됐다.
민선 9기 지방정부의 성공은 단체장의 이름값이나 정당의 힘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골목의 불편을 듣는 귀, 약자의 처지를 먼저 보는 눈, 예산을 아끼되 필요한 곳에는 과감히 쓰는 손에서 결정된다.
첫 결재보다 중요한 것은 첫 책임이다.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주민의 삶을 바꾸는 생활정치의 새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