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인력 확충과 가족의 쉴 권리까지 보장해야
[시민의소리=사설] 정부가 최중증 발달장애인과 희귀질환자의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 서비스 허용 기간을 2028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기존 종료 시점인 2026년 10월 31일보다 2년 2개월 늘어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활동지원인력을 구하지 못해 돌봄 공백을 겪는 장애인 가정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가족이 직접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했다고 해서 최중증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겪는 근본적인 어려움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 돌봄을 맡는 이유부터 살펴야 한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일상은 일반적인 돌봄 서비스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의사소통에 상당한 지원이 필요하거나 도전적 행동, 건강관리 문제 등으로 전문성과 지속적인 관찰이 요구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활동지원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한 가정에서는 결국 부모와 가족이 돌봄을 떠맡게 된다.
가족의 취업과 경제활동은 제약받고, 개인의 휴식과 사회생활마저 뒷전으로 밀려난다.
정부가 2024년 11월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최중증 발달장애인과 희귀질환자에 대해 가족 활동지원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도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이번 연장은 필요한 조치이지만, 동시에 현행 활동지원체계가 최중증 장애인의 돌봄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년 2개월 연장만으로 돌봄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가족 활동지원은 외부 인력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돌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하지만 가족이 활동지원인력으로 인정받는 것과 가족이 돌봄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부모가 활동지원사 역할까지 수행한다면 경제적 부담을 일부 덜 수 있을지 몰라도 돌봄 노동 자체는 계속된다. 부모가 아프거나 입원할 때, 긴급한 사정으로 집을 비워야 할 때 누가 장애인 자녀의 일상을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답도 필요하다.
더욱이 2028년 말이라는 새로운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 가족들은 또다시 제도 연장 여부를 걱정해야 할 수 있다.
돌봄은 일정 기간만 필요한 임시 서비스가 아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일상과 생존에 직결되는 지속적인 사회적 지원이다.
따라서 정부는 특례 연장을 반복하는 데 머물지 말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안정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활동지원사 부족 문제,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가족에게 활동지원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가족이 직접 나서야만 돌봄이 유지되는 구조를 개선하는 데 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에게는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와 전문적인 대응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업무의 난도와 책임에 걸맞은 보상과 교육,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면 인력 확보는 계속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중증 장애인 지원에 적합한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강화하고, 업무 난도에 따른 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지역별 활동지원인력 부족 현황을 조사하고, 실제로 서비스를 연결받지 못한 장애인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활동지원급여가 책정돼 있어도 서비스를 제공할 사람이 없다면 그 지원은 실질적인 권리로 이어지지 못한다.
예산상 지원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필요한 시간에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는 사실이다.
가족돌봄 인정과 가족의 쉴 권리, 함께 보장해야 한다
가족이 제공하는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오랜 기간 장애인 자녀의 특성을 이해하고 일상을 지켜온 가족의 경험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가족의 헌신을 인정한다는 이유로 국가가 져야 할 돌봄 책임까지 가족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가족 활동지원은 장애인과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지원 방식이어야 한다. 외부 활동지원인력을 이용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어 가족이 어쩔 수 없이 돌봄을 담당하는 상황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특히 가족 활동지원 이용 가정에도 긴급돌봄, 단기보호, 대체인력 지원 등 휴식과 위기 대응을 위한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 가족의 건강과 경제활동, 사회참여를 함께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028년까지 정부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
정부는 이번 연장으로 확보한 2년 2개월을 단순한 유예기간으로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우선 가족 활동지원 특례 이용자 규모와 서비스 이용 실태, 외부 활동지원인력 연계 실패 사례를 체계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단체, 활동지원기관, 현장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가족 활동지원의 지속 가능성과 개선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아울러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가 서로 단절되지 않도록 연계체계를 강화하고, 긴급 상황에서 가족을 대신할 공적 돌봄망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2028년 말에 또다시 제도 종료 여부를 둘러싼 불안이 반복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중장기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돌봄의 마지막 책임은 가족이 아니라 국가에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당장의 돌봄 공백을 막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다. 그러나 최중증 발달장애인 가족이 바라는 것은 단순히 돌봄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락받는 일이 아니다.
가족이 아파도, 부모가 경제활동을 해도, 돌봄을 담당하던 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장애인 당사자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사회를 바라는 것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이란 가족의 희생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2028년까지 연장된 2년 2개월은 정부가 그 책임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전국장애인부모신문은 정부가 이번 조치를 임시방편으로 끝내지 않고,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안정적인 삶과 가족의 쉴 권리를 함께 보장하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가기를 촉구한다.
가족의 헌신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헌신이 국가책임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