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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향만리善香萬里④》 다시 아기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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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향만리善香萬里④》 다시 아기 곁으로
  • 전국시민의소리
  • 승인 2026.08.0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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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떠나면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외면하지 못한 전북대병원 김 교수의 귀환

[시민의소리=칼럼니스트 이덕보] 가족들은 조촐한 ‘사직 파티’를 열었다.

이제는 아빠가 밤을 새우지 않아도 되고, 쓰러질 듯 지친 얼굴로 집에 돌아오지 않아도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축하의 롤링페이퍼가 채 정리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큰딸은 몹시 화를 냈다고 한다. 아빠가 또 아플까 봐, 또 자신을 다 태워버릴까 봐서였다.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김진규 교수는 한때 일주일에 90시간을 일하고, 50시간 가까이 연속 근무를 했다.

전북 지역의 위중한 신생아들을 책임지는 유일한 교수였지만, 그 역시 피로를 느끼는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

오래된 번아웃과 외로움 끝에 사직서를 냈다. 혼자 조금 더 버틴다고 무너진 소아의료 체계가 살아날 리 없다는 절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병원을 떠나려 하자 자꾸만 아이들의 얼굴이 밟혔다.

자신이 없으면 몇 시간씩 다른 지역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할 부모들, 손바닥만 한 몸으로 가느다란 숨을 이어가는 미숙아들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1000g도 되지 않는 초미숙아가 태어나면 그는 수술방에서 아이를 받아 든다.

수동 인공호흡기를 너무 세게 누르면 여린 폐가 다치고, 약하게 누르면 산소가 모자란다.

손끝의 미세한 힘으로 생과 사의 경계를 지키며 중환자실까지 걷는다.

그 뒤의 일주일은 한 생명을 붙잡기 위한 긴 밤이다.

김 교수는 그 일을 두고 자신의 생명을 조금씩 떼어 아이에게 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가 살아서 자라고, 몇 년 뒤 부모 손을 잡고 진료실에 들어와 꾸벅 인사하는 날이면 그것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고 했다.

누군가는 커피 한 잔을 조용히 놓고 간다. 그 한 잔에는 ‘우리 아이를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인사가 담겨 있다.

2026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20.6%에 불과했다.

사명감이라는 말만으로 더는 의사들의 희생을 요구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 사람의 복귀를 아름다운 영웅담으로만 소비해서도 안 된다. 그가 다시 돌아갔다고 해서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교수의 발걸음은 우리에게 인간의 마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표를 거둔 것은 직장을 되찾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을 기다리는 가장 작고 연약한 생명들을 끝내 외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꽃을 들고 걷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을 태워 누군가의 앞길을 밝히는 사람도 있다.

그 향기는 병원 복도에서 시작되어 아주 먼 곳까지 번져간다.

선한 마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김진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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