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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향만리善香萬里⓷》 누르지 않은 버튼에 담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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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향만리善香萬里⓷》 누르지 않은 버튼에 담긴 마음
  • 칼럼니스트 이덕보
  • 승인 2026.08.02 20:35
  • 조회수 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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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기롭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선행만이 아니다.

[시민의소리=칼럼니스트 이덕보] 발목이 불편한 나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강기에 올랐다.

평소에는 대기하는 몇 분이 있었지만, 그날은 나 혼자였다.

문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할 무렵, 두 분의 여성 어르신이 급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버튼을 누르면 충분히 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런데 두 어르신은 승강기 안의 나를 보자 걸음을 멈추었다.

손만 뻗으면 닫히던 문을 다시 열 수 있었지만, 끝내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그 짧은 망설임 속에는 낯선 사람을 향한 깊은 배려가 담겨 있었다.

지하철 승강기는 문이 닫히기까지 보통 10초 안팎이 걸린다.

버튼을 누르면 나는 다시 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두 어르신은 낯선 사람의 10초를 빼앗는 것조차 미안했던 모양이다.

“먼저 가세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누르지 않은 손끝에서 그 말이 전해졌다.

자신들은 다음 승강기를 기다리면 된다는 듯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누군가는 버튼 한 번 누르는 일이 무슨 큰 폐가 되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날 마음에 남은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었다.

짧은 순간에도 다른 사람의 처지를 먼저 헤아린 그 마음이었다.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해주는 것만 친절이라 생각한다.

문을 잡아주고, 자리를 양보하고,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일 말이다.

하지만 때로는 하지 않는 것도 배려가 된다.

누를 수 있는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 앞설 수 있어도 한 걸음 물러서는 것, 내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을 붙잡지 않는 것. 그런 조용한 절제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날 두 어르신은 이름도, 말도 남기지 않았다.

아마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닫혀가는 문 너머에서 오래 사라지지 않을 따뜻한 마음을 보았다.

세상을 향기롭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선행만이 아니다.

낯선 사람의 몇 초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한 걸음 물러서는 마음이다.

승강기 문은 닫혔지만, 두 어르신이 남긴 배려의 문은 내 안에서 오래도록 열려 있었다.

오늘도 나는 이름 모를 이웃에게서 사람을 생각하는 법과 감사하는 마음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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