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장례식 날부터 시작된 수상한 송금…
계좌이체·예금 해지·차량 매각까지…
요양보호사 "일한 대가로 받은 돈…본인 의사에 따른 지급"
남양주 치매머니 사건
[시민의소리=취재팀] 2018년부터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아온 60대 중증 장애인 여성(남양주)의 재산 1억 6천여만원이 자신을 돌보던 요양보호사에게 넘어간 사건을 두고 경찰이 재수사에 나섰다.
특히 첫 송금이 남편의 장례 기간에 이뤄졌고, 이후 약 2년 동안 196차례에 걸쳐 거액이 이체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치매 환자의 재산 보호와 돌봄 종사자의 책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은 지난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가족 측 이의신청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1. 남편 사망 사흘 뒤 첫 송금…장례 기간 100만원 이체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된 A씨(63)는 2015년 뇌출혈로 세 차례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어려워졌으며, 2018년 무렵부터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장기간 투병해 왔다.
뇌병변 중증 장애인인 A씨는 인지능력이 크게 떨어져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요양보호사 B씨는 2020년 11월부터 방문요양센터 소속으로 A씨를 돌봤다.
이후 2022년 11월 A씨의 남편이 사망하자 센터를 거치지 않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직접 돌봄을 제공했다.
문제의 첫 송금은 남편이 숨진 지 사흘 뒤인 2022년 11월 9일 발생했다.
남편의 장례가 진행되는 동안 A씨 계좌에서 B씨 계좌로 100만원이 이체된 것이다.
2. 2년간 196차례 송금…정기예금 1억원 해지까지
가족들이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한 결과, 2022년 1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A씨 계좌에서 B씨 계좌로 모두 196차례에 걸쳐 1억1612만3000원이 이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8월에는 A씨 명의의 정기예금 1억원이 해지됐으며, 이 가운데 현금 3000만원과 1000만원권 수표 2장 등 총 5000만원이 B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9월에는 A씨 소유 승용차가 130만원에 매각됐고, 가족 측은 이 매각대금 역시 B씨가 가져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확인한 B씨에게 넘어간 금액은 총 1억6600여만원에 달한다.
3. 다른 요양보호사의 제보로 드러난 의혹…가족 경찰 고소
사건이 가족들에게 알려진 것은 2024년 10월이었다.
B씨와 교대로 A씨를 돌보던 다른 요양보호사가 계좌에서 지속적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사실을 수상하게 여기고 가족들에게 알리면서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하게 됐다.
미국에 거주하는 아들이 있는 A씨는 일상생활 상당 부분을 B씨에게 의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A씨가 정상적인 재산 처분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판단하고 B씨를 준사기와 장애인 복지법위반으로 고소했다..
4. 경찰, 1억6600만원 이전 확인하고도 '불송치(혐의없음)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는 지난해 6월 B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A씨의 재산 1억6600여만원이 B씨에게 넘어간 사실 자체는 확인했다.
그러나 A씨가 인지능력 저하로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기 어려운 점과 평소 B씨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를 대신해 장보기와 살림을 도맡았으며, A씨가 자신의 어려운 주거 형편을 알고 경제적으로 도와주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의자에게 '정서적으로 의지' 한 것으로 판단 한 것.
5. 가족 측 "치매 환자 판단능력 이용했다면 준사기죄 적용 가능"
가족 측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인지능력이 떨어진 A씨가 요양보호사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재산을 부당하게 취득하기 쉬운 상황이었다는 주장이다.
가족 측 법률대리인은 B씨가 적극적으로 속이는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A씨의 심신상태를 이용했다면 준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형법 제348조에 규정된 준사기죄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성립할 수 있다.
가족 측은 현재 A씨가 자신이 요양보호사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 검찰,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의료기록·참고인 조사 확대
가족 측은 지난해 9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약 1년이 지난 올해 8월 말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앞선 수사에서 A씨를 돌본 경험이 있는 친동생은 조사했지만, 함께 근무했던 다른 요양보호사 등 추가 참고인 조사는 충분히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당시 조사하지 못한 참고인들을 불러 진술을 확보하고, A씨의 의료기록을 확인해 재산 이전 당시 인지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살펴볼 계획이다.
특히 거액의 송금과 예금 해지가 A씨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뤄졌는지, B씨가 A씨의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7. 요양보호사 "일한 대가로 받은 돈…본인 의사에 따른 지급"
의혹을 받는 B씨는 부당하게 돈을 가져간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B씨는 해당 금액이 이유 없이 받은 돈이 아니라 자신이 일한 만큼 받은 대가이며, A씨가 본인의 의사로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내용을 경찰 조사에서도 충분히 진술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수사에서는 실제 돌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였는지, 개인적인 증여였는지, 또는 A씨의 판단능력 저하를 이용한 재산 취득이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8. 치매·중증 장애인 재산 보호 문제 부각…돌봄 현장의 신뢰도 과제
이번 사건은 치매와 중증 장애로 의사결정 능력이 약해진 사람이 돌봄 제공자에게 재산 관리를 의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여준다.
특히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거나 장시간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는 환자의 경우 금융거래와 재산 처분 과정에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요양보호사에게 거액이 이전됐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당시 환자의 의사결정 능력과 금전 지급 경위, 실제 돌봄 계약 및 보수 내역 등에 대한 객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보완수사 결과는 치매 환자의 재산 보호뿐 아니라 돌봄 종사자와 이용자 사이의 금전거래를 어떻게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