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소리=특집팀] ] 출신은 아이의 출발점일 뿐 미래의 한계가 아니다
한국어가 조금 서툴고 부모의 고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꿈의 크기까지 달라져서는 안 된다.
이제 대한민국 교실에서 다양성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
1. 급식시간마다 밥만 먹었던 예멘 출신 중학생
2026년 7월 공개된 연구에서 인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예멘 출신 A양은 종교적 이유로 학교급식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진이 중동 출신 이주배경학생 5명과 학교 영양사 4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일부 학생은 식문화 차이와 언어 문제 때문에 밥과 김치 정도만 먹거나 식사를 피하기도 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대체식을 마련하는 노력도 있었다.
이 사례는 ‘한국 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만으로 적응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언어뿐 아니라 음식과 종교, 친구관계 등 일상의 작은 차이가 아이에게는 매일 넘어야 하는 문턱이 될 수 있다.
2. 한국어 한마디가 어려운 학생에게 선생님이 직접 찾아간다
서울시교육청은 2026년 한국어교육 지원이 부족한 학교와 기존 사업의 지원을 받지 못한 이주배경학생을 대상으로 전문강사와 퇴직교원이 직접 학교를 방문하는 한국어교육을 확대했다.
중도입국 학생에게 일상대화보다 더 어려운 것은 교과서 속 한국어다.
수학 문제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계산능력이 있어도 문제를 풀기 어렵고, 과학·사회 과목의 개념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학습격차가 커질 수 있다.
서울의 이주배경학생은 2025년 4월 기준 2만2,002명으로 최근 5년 사이 13.6% 증가했다.
아이에게 한국어를 못한다고 기다리라고 하기보다 교육이 아이가 있는 교실로 찾아가는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3. 진로를 몰랐던 중국계 학생, 맞춤상담 후 대학 2곳 합격
2026년 공개된 다문화가족 자녀 진로·진학 지원 사례에서 어머니가 중국 국적인 한 학생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대학 진학 방향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 상담을 통해 학생부와 학업성향을 분석하고 자신에게 맞는 전형을 준비한 결과 대학 두 곳에 합격한 사례가 소개됐다.
이주배경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어교육만이 아니다.
중·고등학생이 늘어나면서 입시정보와 진로상담, 직업교육이 더욱 중요해졌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능력 있는 학생이 진학과 취업에서 뒤처져서는 안 된다.
출신 배경이 아니라 각 학생의 적성과 가능성을 중심으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4. 14살 복서에게도 꿈을 펼칠 공정한 링이 필요하다
2026년 9월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소개한 최근 보도에는 한국에서 성장한 14세 이주배경 복서 ‘한나’의 사례가 등장했다.
운동선수로 더 많은 무대에 서고 싶어 하지만 이주배경이라는 조건 때문에 제도적 제약과 차별 문제를 마주하는 현실이 보도됐다.
이 사례는 이주배경 청소년 정책이 학습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국 이주배경학생은 2025년 기준 20만2,208명으로 전체 학생의 약 4%에 이르렀다.
이제 이들은 교실의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 교육의 일상적인 구성원이다.
체육·문화·예술·진학 등 모든 영역에서 능력과 노력에 따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점검해야 한다.
5. 이주학생이 오히려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렸다
2026년 9월에는 충북 지역 등에서 고려인을 비롯한 이주배경학생이 증가하면서 학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학교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는 현장 사례도 소개됐다.
이주배경학생을 언제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학생’으로만 바라보면 이들이 가진 이중언어 능력과 문화적 경험이라는 강점을 놓칠 수 있다.
한국어와 부모의 모국어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학교 역시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에 적응시키는 공간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가 함께 배우는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 ‘다문화’라는 이름보다 먼저 한 사람의 학생으로 바라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6. 한국어 지원에서 진로까지…아이의 미래를 잇는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2026년 9월 22일 ‘외국 국적 학생을 위한 체류자격 기반 진로설계 안내서’ 보급을 발표했다.
체류자격별로 가능한 진학·취업 활동과 상담 사례를 담아, 교사가 학생의 졸업 이후까지 고려해 진로를 지도하도록 돕는 자료다.
한국어를 익혀도 체류 조건과 진학 정보를 몰라 꿈을 접는 일이 없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의 2026년 업무계획도 입학 전후 한국어 집중교육에서 초기 수업 적응, 학업·진로 지원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교육을 제시했다.
교과서 이해에 필요한 ‘학습한국어’ 자료 개발도 포함됐다. 생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학습지원까지 끝내서는 안 된다는 방향이다.
이러한 정책을 앞선 사례에 비춰보면, 앞으로의 과제는 지원이 아이의 실제 생활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급식의 문화적 차이를 살피고, 차별을 예방하며, 부모에게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진학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학교와 지역 지원기관이 협력해 필요한 도움을 연결하고, 성과 역시 지원 인원뿐 아니라 수업 참여와 진학 기회의 개선으로 살펴야 한다.
출신이 미래의 한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