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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자체 ‘수의계약 몰아주기’ 행안부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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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자체 ‘수의계약 몰아주기’ 행안부 제동
  • 전국시민의소리
  • 승인 2026.08.1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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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자체 동일업체 연 5회·2억원 제한…계약은 특혜가 아니라 주민 세금 쓰는 일이다
일러스트/alulu
일러스트/alulu

[시민의소리=사설] 지방자치단체의 수의계약은 필요한 제도다.

마을의 작은 시설을 고치거나 물품을 구입할 때마다 복잡한 경쟁입찰을 거친다면 행정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

긴급한 공사나 지역에서 업체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일정 금액 이하의 계약에는 지자체가 업체를 직접 선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문제는 이 편리한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일감을 나눠주는 통로’로 변질돼 왔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3일 내놓은 수의계약 제도 개선책은 그래서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다.

앞으로 세종·제주를 포함한 기초지방정부는 같은 업체와 맺는 1인 견적 수의계약을 연간 5회 또는 2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광역지방정부는 연 7회 또는 3억원이 상한이다.

일반 기업은 추정가격 2000만원 이하, 청년창업·여성·장애인 기업 등은 5000만원 이하의 1인 견적 수의계약이 대상이다.

이를 모든 수의계약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규제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번에 겨냥한 핵심은 경쟁 없이 한 업체를 선택하는 ‘1인 견적 수의계약의 반복적인 몰아주기’다.

이런 규제가 왜 필요한지는 최근 드러난 사례들이 말해준다.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와 지방공공기관 계약을 분석한 언론 보도에서는 광역·기초의원 91명과 본인·가족·지인 등이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 업체들이 2700건이 넘는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수치 전체를 곧바로 불법이나 비리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방의원이나 그 가족, 지인과 연관된 업체에 계약이 반복적으로 집중된다면 주민 입장에서는 특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 답답한 것은 이미 관련 규정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현행 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해당 지자체와 일정한 영리 목적 계약을 맺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며,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일정한 관계가 있는 사업자 등에 대해서도 수의계약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도 가족이나 친인척, 지인 명의의 업체가 등장하고 실제 소유관계나 이해관계를 가려내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생겼다.

결국 문제는 법 조문 몇 줄만 만들어놓는다고 이해충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계약 과정과 업체 정보를 주민들이 쉽게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계약 과정에 끼어들 여지를 줄여야 한다.

이번 대책에서 눈여겨볼 부분도 횟수와 금액 제한만이 아니다.

지역 내 업체가 부족한 경우처럼 같은 업체와 추가 계약할 수밖에 없다면 계약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대신 심의 결과를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분기별로 상급기관에 보고하도록 했다. 수의계약 공개 항목에는 사업자등록번호도 추가된다.

이 방향은 옳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다.

특히 인구가 적은 군 단위 지역에서는 특정 공사나 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업체가 몇 곳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숫자만 앞세워 무조건 계약을 막는다면 정상적인 행정까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예외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예외가 왜 필요한지 주민 앞에 설명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한 업체가 계약 한도를 채운 뒤 가족이나 직원 명의로 다른 사업자를 만들어 계약을 이어가거나, 사업자등록번호만 달리한 사실상 같은 업체가 등장한다면 총량제는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계약심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형식적인 승인기구로 운영된다면 예외조항은 오히려 또 다른 우회로가 될 수 있다.

누가 심의했고 어떤 이유로 예외를 인정했는지 주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의회도 달라져야 한다.

지방의원은 지자체 예산을 감시하고 행정을 견제하라고 주민이 권한을 맡긴 사람이다.

그런 의원의 가족이나 이해관계 업체가 관급계약을 반복해서 가져간다면 법 위반 여부와 별개로 주민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원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과 공개, 윤리심사 강화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런 제도 역시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수의계약은 한 건 한 건을 보면 작은 계약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돈은 모두 주민이 낸 세금이다.

지방자치가 성숙하려면 큰 개발사업만 투명해서는 부족하다.

동네 도로 포장 하나, 인쇄물 한 묶음, 시설 보수 하나, 작은 용역 하나까지도 왜 이 업체가 선정됐는지 주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제도 개선이 단순히 계약 횟수를 세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누구의 업체인지 숨기기 어렵고, 누구에게 계약이 집중됐는지 주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지방의원과 공무원이 이해관계를 먼저 공개하는 행정으로 가야 한다.

주민 세금으로 주는 관급계약은 누구의 ‘일감’이 아니다.

공정하게 맡기고 투명하게 공개하며 주민에게 설명해야 할 공공의 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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