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장의 박수보다 퇴임하는 날의 평가를 두려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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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소리=김상철 기자]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전국 243개 지역에서 새로운 단체장들이 선출되었고, 오는 7월 1일이면 민선 9기가 공식 출범한다.
선거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미 인수위원회를 꾸리고 취임 준비에 분주한 당선자들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연일 전해진다.
먼저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그러나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축하의 말 한마디를 보태기에 앞서, 오랫동안 지방 현장을 취재하며 보고 들어온 한 언론인으로서 몇 가지를 솔직하게 고하지 않을 수 없다.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어언 30년이 넘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우리의 지방자치는 얼마나 성숙했는가. 돌이켜보면 화려한 당선 소감을 뒤로하고 비리와 무능, 공약 파기로 임기를 얼룩지게 한 단체장들의 이름이 적지 않게 떠오른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4년마다 반복되는 그 실망의 사이클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민선 9기 단체장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치러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였고, 국민들은 중앙정치의 향방만큼이나 자신들의 삶이 달린 지역 현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저출생과 고령화의 파고는 이미 지방을 삼키고 있고, 청년들은 일자리와 미래를 찾아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이 구조적 위기 속에서 새 단체장들이 택한 자리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선택을 받았다면, 그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인사(人事)의 문제다.
지방행정에서 인사는 만사(萬事)다. 단체장이 취임한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인사이고, 그 인사에서 그 단체장의 4년이 결정된다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선거를 도운 사람에게 보은하고, 측근을 요직에 앉히는 낡은 관행은 결국 그 단체장 자신을 망하게 하는 독약이다.
주민들의 눈은 생각보다 훨씬 예리하다.
첫 번째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4년간의 신뢰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정하고 능력 중심의 인사만이 올바른 공직사회를 만들고, 그 공직사회가 비로소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펼칠 수 있다.
두 번째로, 선거 때의 공약을 반드시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싶다.
단체장들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를 만들겠다",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쏟아냈다.
유권자들은 그 약속을 믿고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 공약은 당선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주민과 맺은 계약이다.
예산이 없다거나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핑계 뒤에 슬그머니 공약을 잊어버리는 단체장들의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왔다.
재원 조달 방법과 추진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이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주민들에게 보고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적 책임 행정의 시작이다.
세 번째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소통과 투명성이다.
지방자치의 꽃은 주민 참여에 있다.
단체장 혼자서, 혹은 측근 몇 명과 밀실에서 결정을 내리는 행정은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주민참여예산제를 형식적으로 운영하지 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해 진정한 주민의 목소리를 행정에 담아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경험한 유권자들의 불신과 피로감을 가볍게 보아선 안 된다.
행정에 대한 신뢰는 작은 것에서부터 쌓이고, 또 작은 허점 하나로 무너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네 번째로, 지방의회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같은 정당이라 해서 의회가 거수기가 되어서는 안 되고, 다른 정당이라 해서 무조건 발목을 잡는 관계가 되어서도 안 된다.
견제와 협력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지역 발전이라는 큰 목표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진영 논리에 갇혀 4년을 허비한 전임 단체장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곤란하다.
지방의회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 주민을 위한 일에는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집행부의 잘못에는 단호하게 제동을 거는 것이 의회 본연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선 9기 출범은 또 다른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지방행정구역 개편이라는 역사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7월 1일 출범하고, 인천에는 새로운 자치구들이 생겨난다. 행정 체계가 바뀌는 과도기일수록 단체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주민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촘촘하게 챙기고, 새로운 행정 체계가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자가 언론 생활을 통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단체장들은 화려한 성과를 자랑하던 이들이 아니었다.
임기 내내 묵묵히 현장을 발로 뛰며 주민들의 불편을 하나하나 해결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신뢰를 쌓았던 이들이다.
거대한 개발 공약이 아니라, 골목 하나 안전하게 만드는 것, 복지 사각지대의 노인 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 문 닫는 가게들의 사정을 들어주는 것, 그런 작은 일들이 모여 좋은 자치단체장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4년은 짧다. 시작하면 끝이 눈앞에 있다.
당선의 기쁨과 취임의 설렘이 가시기 전에, 지금 이 순간의 초심을 절대 잃지 말아야 한다.
주민들은 기억한다.
단체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보다, 무엇을 했는지를 더 오래, 더 정확하게 기억한다. 민선 9기 단체장 모두가 4년 뒤 임기를 마치는 날, 주민들로부터 진심 어린 박수를 받는 자리에 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 박수를 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나다. 오늘 이 순간의 다짐을, 내일도, 4년 뒤에도 변함없이 지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