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운드 유영춘의 한국 그룹사운드 백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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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운드 유영춘의 한국 그룹사운드 백서(3)
  • 신형
  • 승인 2022.10.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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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5(히파이브) 결성부터 김홍탁 영입까지
오비스캐빈에서 활동 ... 1년간 앨범 5장 발매

영사운드 유영춘의 한국 그룹사운드 백서(3)

 

본지는 창간 3주년을 맞아 1972년 불후의 명곡 등불을 발표한 영사운드의 보컬 유영춘의 한국 그룹사운드 백서를 연재한다. 1962년 영국의 비틀스가 몰고 온 한국의 그룹사운드의 열풍, 고등학교 2학년 무작정 음악을 시작한 유영춘의 생생한 증언으로 그때 그 시절 그룹사운드의 탄생과 주변 가수들의 일화를 재구성해 연재한다.

3탄으로 ‘He-5(히파이브) 결성부터 김홍탁 영입까지이야기를 나눈다. (글쓴이 주)

 

 

최근 유영춘 모습
최근 유영춘 모습

 

 

-유영춘과 He-5를 작명하다

 

실버코인스를 나온 유영춘은 1968년 김용호, 한웅, 조용남, 한광수와 5인조 밴드 ‘He-5(히파이브)’를 결성했다. ‘He-5’는 우리말로 다섯 녀석으로 유영춘이 작명을 했다.

 

김용호는 드러머로 이시스터트 동생이며, 한웅은 가수 장세정의 아들로 리듬기타 연주자이다. 한광수는 이인성과 그 악단 출신으로 베이스기타 연주자이며, 신중현 팀에서 활동한 조용남은 리드기타를 맡았다.

 

히파이브
히파이브(유영춘 제공)

 

 

이들은 결성되자마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 조용남의 집에서 연습했다. 당시 조용남의 집은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있었다. 시쳇말로 무당이 굿을 해도 인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동떨어진 집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숙식하며, 한 달 보름 동안 레퍼토리를 정하고 작곡과 편곡하며 하나가 되기 위해 호흡을 맞췄다.

 

기타연주자 겸 보컬인 한웅의 어머니 장세정은 1921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조실부모하고 조부모의 밑에서 자랐다. 15세에 1936년에 평양방송국 개국 기념 콩쿠르대회에서 1등을 하고 다음 해인 1937년에 '연락선은 떠난다' 로 가수로 데뷔했다.

 

당시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인기가수 이난영과 쌍벽을 이루었다. 장세정은 데뷔곡 연락선은 떠난다외에 김정구와 함께 부른 만요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면은을 비롯해, ‘아시나요, 처녀야곡, 불망의 글자 토라진 눈물, 항구의 무명초, 잘 있거라 단발령, 역마차등이 있다. 이난영, 홍청자, 왕숙랑, 박향림, 이난영, 서봉희, 김능자, 이화자와 저고리시스터즈1939년 결성하기도 했다. 남편은 연주자 한두식이고 한웅이 둘째 아들이다.

 

-유영춘 쎄시봉과 오비스캐빈을 말하다

 

명동의 오비스캐빈(유영춘 제공)
명동의 오비스캐빈 유영춘 제공

 

고진감래, 드디어 명동의 오비스캐빈 (O.B’s CAVIN)”라는 맥주 홀과 전속계약을 맺는다.

 

오비스캐빈은 빨간우산이 트레이드마크였다. 무교동의 쎄시봉과 명동의 오비스캐빈은 우리나라 가요의 전성기를 맺게 한 대중가요 인큐베이터였다. 쎄시봉이 순수와 감성을 내세웠다면 오비스캐빈은 현란한 상업 음악의 꽃을 피웠다.” -유영춘 채록

 

우리의 인기는 하늘에 닿았다. 오비스캐빈은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로 건물 전체가 젊은이를 위한 낭만의 공간이었다. 3층은 코스모스홀로 연주와 술을 마시는 음악 전용 바였다. 많은 밴드와 가수들이 미8군 무대에서 대중으로 다가서게 하는 가교역할을 한곳이기도 하다.

 

홍민, 장현, 양희은, 쉐그린, 강세화, 최헌, 방은미, 유리자, 이은하, 최은옥, He6, 정성조와 the messengers, 영싸운드, 영씨스터즈, 새롬트리오, 화니걸스, 알젠틴보이스...사회 임현기.”라는 포스터에서 보듯이 1970년대 내놓으라 하는 팀과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오비스 캐빈 광고
오비스 캐빈 광고 유영춘 제공

 

 

무교동의 쎄시봉이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김민기 등을 내세워 70년대의 한국적 포크의 한 갈래를 형성하게 된다. 쎄시봉의 무교동 시대가 가고 명동의 오비스캐빈의 청춘 무대가 펼쳐진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성지로는 무교동의 쎄시봉, 명동의 오비스캐빈, 종로3가의 라틴쿼터와 YMCA 주변에 늘어섰던 바(BAR), 소공동 조선호텔, 북창동 멕시코가 있었다. 이곳들은 청춘들로 가득했고, 이태원 또한 이색적인 풍경으로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다운타운이 자연스럽게 형성이 됐다.” -유영춘 채록

 

-히파이브, 첫 앨범 양미란과 선보이다

 

히 파이브는 오비스캐빈 무대에 서기가 무섭게 대중을 사로잡았다. 8군의 버터 냄새를 씻고 한국적 김치록을 선보였다. 드디어 첫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

 

첫 앨범은 가수 양미란과 스플릿(합작)이다. 재킷의 제목은 양미란 달콤하고 상냥하게와 짝사랑그리고 히파이브의 초원(草原)”이었다.

 

이 앨범은 신세기레코드사에서 제작했으며 파이브의 백인적인 록과 양미란의 흑인적인 소울이 절묘하게 어울린 음반이다.

 

 

히파이브와 스플릿 앨범을 낸 양미란 가수
히파이브와 스플릿 앨범을 낸 양미란 가수 유영춘 제공

 

 

이 앨범에서 히파이브는 1면에 지금 어디에, 외로운 태양’ 2곡과 경음악으로 흑점을 연주했으며, 2면에는 초원, 사랑의 천사’ 2곡을 수록했다. 반면에 양미란은 1면에 달콤하게 상냥하게, 짝사랑, 눈물의 기도’ 3곡과 2면에 누구를 믿고 살란 말입니까, 파란 장미, ’ 3곡과 양미란의 대표곡 당신의 뜻이라면을 경음악으로 연주를 해 히파이브 4, 양미란 6, 경음악 2곡 등 총 12곡이 실렸다.

 

가수 양미란(1945~1980)은 당시에 보기 힘든 허스키 보이스로 우리나라 소울가수의 원조로 여기고 있다. ‘당신의 뜻이라면, 범띠 가시네등이 대표곡이다. 이 노래는 작고가 정민섭(1940~1978)1968년에 만든 곡이다. 이 노래를 인연으로 1970년 둘은 결혼한다. 최불암과 아빠의 말씀을 함께 불렀던 정여진이 딸이고 작곡자이자 작사가인 정재윤이 아들이다.

 

양미란은 김상희, 권혜경, 김세레나, 김하정 등과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국군장병 위문 공연 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군통령의 원조이다.

 

-히파이브 한 해에 5장의 앨범을 발표하다

 

히파이브가 결성이 되고 화양프로덕션에서 대영프로덕션으로 이동을 한다. 그리고 오비스캐빈은 물론 종로3가의 라틴쿼터, 이태원의 세븐클럽 등 3곳과 전속계약을 맺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히파이브는 오비스캐빈 연주자 중 최고의 주가를 올렸으며, 그곳을 자주 찾은 탤런트, 영화배우들이 다섯 멤버에게 과감하게 대시(Dash)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비틀스의 헤이 주드(Hey Jude)’렛잇비(Let it be)’ 롤링스톤스의 셋티스패션[(I Can't Get No) Satisfaction]’, 사이몬 앤 가펑클의 험한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 등을 레퍼토리로 삼아 공연을 했다.” -유영춘 채록

 

그들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1968년 한해 양미란과의 첫 앨범 초원에 이어 크리스마스 캐롤, 쥰시스터스와 스플릿 앨범, 단독앨범 초원, 이승재와 나눔 앨범 등 5장을 발표했다.

 

 

히파이브의 크리스마스캐롤
히파이브의 크리스마스캐롤 유영춘 제공

 

 

크리스마스 캐롤은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는 제목으로 싸이키 데릭 기법으로 연주하고 노래를 했다.

 

지금은 사운드 장비나 시스템, 녹음시설로 자유자재로 연출할 수 있었지만, 1960년대로는 센세이션을 일으킨 음반이다. 아마 그룹사운드가 연주한 최초의 크리스마스 캐롤 모음곡이라고 지금도 자부한다.” -유영춘 채록

 

이 음반은 유니버셜레코드사에서 제작했으며, 1면에 고요한 밤, 화이트 크리스마스, 산타크로스가 오신다. 메아리, 크리스마스 종, 붉은코 순록2면에는 징글벨, 크리스마스 송가 등을 수록했다. 지금의 캐롤 번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는다.

 

- 쥰시스터스와의 스프릿 앨범 ... 반향을 일으키다

 

세 번째 앨범은 히파이브와 쥰시스터스, 쎈디한 3인이 함께 만들었고, 김인배가 편곡한 외국곡을 싣고 있다.

 

1면 타이틀곡은 히파이브가 부른 비틀즈의 헤이 쥬드(Hey Jude)’, 쥰시스터즈는 보비·(Bobby Vee)의 원곡 컴백 웬 유 글로우 업(Come Back When You Grow Up)’의 원곡을 컴백(Come Back)’으로 줄여 타이틀곡으로 삼았다.

 

쥰시스터스와 함께 낸 3집 앨범
쥰시스터스와 함께 낸 3집 앨범 유영춘 제공

 

 

쥰시스터스는 사촌 자매로 언니 오미숙, 동생 오영숙으로 구성한 듀오이다. 두 사람이 6월에 태어나 영어로 6월인 ‘June’을 팀이름으로 사용했다. 둘은 고전무용은 물론 발레까지 전공했으며, 미모와 춤 노래 솜씨가 좋아 미8군 무대와 라이브 무대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Side A

1. Hey Jude He 5

2. Massachusetts 쥰 시스터즈

3. To Night 쎈디 한

4. 태양을 따르리 He 5 (원곡: I Will Follow The Sun -The Beatles)

5. 가방을 든 女人 – 쥰 시스터즈

Side B

1. Come Back 쥰 시스터즈

2. You Keep Me Hanging On He 5

3. Soul And Insperation He 5

4. 뒤돌아 보세요 He 5 (원곡: Turn Around Look At Me- Percy Sledge)

5. My House 쥰시스터즈

 

당시 아이돌급 쥰시스터스
당시 아이돌급 쥰시스터스 유영춘제공

 

이 앨범은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팝송을 주류를 이루고 뮤지컬과 칸초네를 번안한 곡도 있어 마니아층을 넓히고 화제의 앨범으로 등극한다.

 

맑고 청아한 화음을 구사한 쥰시스터즈는 칸초네 라 라가자 콘 라 바리지아(La Ragazza Con La Valigia. Girl with a Suitcase)의 번안곡 가방을 든 여인은 당대 청년층 사이에서 큰 반향(反響)을 일으켰다.

 

히파이브가 부른 노래도 감미로운 곡이 대부분이었다. 음색이 다른 3명의 보컬리스트 유영춘, 한웅, 조용남이 각자 브리티시(영국) , 소울(흑인음악) 등 다양한 음색을 선보였다.

 

유영춘은 비틀즈의 번안곡 ’Hey Jude‘아 윌 팔로우 더 선(I Will Follow the Sun)‘을 불렀다.

 

한웅은 라이처스 브라더스(Righteous Brothers) 등이 부른 유아 마이 소울 앤 인스프레이션(You're My Soul and Inspiration)‘을 줄인 소울 앤 인스프레이션(Soul and Insperation)‘, 글렌 캠벨(Glen Campbell)과 퍼시 슬레지(Percy Sledge) 등 여러 가수가 부른 보그스(Vogues)턴 어라운드 룩 앤미(Turn Around, Look At Me)’뒤돌아보세요로 바꾸어 서정적으로 소화했다.

 

이 앨범의 백미는 조용남이 부른 바닐라 퍼지(Vanilla Fudge) 히트곡 유 킵 미 행인 온(You Keep Me Hanging On)’이다. 이 곡은 거칠면서도 현란한 기타 연주를 들려준다. 특히 240초의 전주는 히파이브가 지향했던 음악적 진수를 보여줬다.


 

히파이브 독집앨범
히파이브 독집앨범

 

4집은 초원을 타이틀로 한 단독앨범이다. 이 앨범에 유영춘이 가장 사랑하는 정주고 내가 우네(김중순 작사 김희갑 작곡)’도 수록되어 있다. 이 곡은 최헌·전영록·김훈 등이 리바이벌한 인기가 많았던 노래다. ‘초원은 히파이브의 대중에게 알린 대표곡이기도 하다.

 

5집은 히파이브와 이승재의 스플릿 앨범이다. 이승재는 유영춘과 1946년 동갑으로 눈동자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나 10여년 멈칫하고 있다가 1984년에 독집앨범 아득히 먼 곳에를 발매하므로 대중에게 알렸다. 그때는 이미 불혹을 바라본 나이였다. 1면은 히파이브, 2면은 이승재의 노래로 엮었고, 각 면 마지막 곡은 태원과 리나박이 장식했다. 당시 이승재는 김도향, 이필원, 하남석, 이동원, 장재남과 더불어 다운타운의 통기타 가수로 활동을 했다. 태원과 리나박은 우리나라 최초 남매 가수이다.

 

SIDE 1. 히파이브

1. 그 언제일까

2. 꿈꾸는 사랑

3. 정주고 내가우네

4. 가고 싶은 고양

6. Walk a way(태원/리나박)

 

SIDE 2 이승재

눈동자

그마음

명동길

사랑이 운다

상처

Let it be me(태원/리나박)

 

 

정주고 내가 우네

(김중순 작사/김희갑 작곡)

히파이브

 

정든님 사랑에 우는 마음

모르시나 모르시나요

무정한 당신이 내 마음

아실 때엔 땅을 치며

후회 하련만

어차피 가신다면

이름마저 잊으리

정주고 내가 우네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정든님 모습을 행여나

잊을 때는 잊을 때에는

무정한 당신이 내 마음

꾸짖으니 야속하고

우울 하련만

괴로움 남기시고

그대 어이 가려하오

첫사랑 고백하던

그 말씀을 잊으셨나요

초원

(지명길 작사/정민섭 작곡)

노래 : 히파이브

 

외로운 가슴 속에 스며드는 빗소리

마지막 잎새처럼 흐느끼는 초원에

아득한 그리움이 익어 가는 지평선

옛날이 그리워져 찾아오는 초원에

-- 당신이, 사랑하는 당신이

-- 당신이, 그리운 당신이

뜨거운 그 입술이 속삭이던 안녕

초원에서 초원으로 사라지던 안녕

 

-- 당신이, 사랑하는 당신이

-- 당신이, 그리운 당신이

뜨거운 그 입술이 속삭이던 안녕

초원에서 초원으로 사라지던 안녕

사라지던 안녕

 

 

 

 

 

-한광수 군입대 키보이스 김홍탁이 합류하다

 

한웅의 최근모습

 

베이스 기타리스트 한광수가 군에 입대한다. 1년을 넘도록 호흡을 맞췄던 그가 떠난 자리를 채운 이는 우리나라 그룹사운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키보이스(Key Boys)의 리듬기타 김홍탁이 참여하므로 히파이브는 제2기를 맞이한다.

 

안치행 선배와 김홍탁 선배를 만난 것은 내게는 큰 행운이다. 8군무대에서 나를 이끈 이가 안치행 선배라면 음악적 가치를 만들어 준이가 김홍탁 선배다. 나는 우리나라 그룹사운드 두 거물과 작업을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행복하다.” -유영춘 채록

 

히파이브도 변신을 한다. 기타의 레전드 김홍탁이 리드기타를, 리드기타였던 조용남은 베이스기타로 바뀌고 나머지 멤버인 김용호는 드럼을, 한웅은 리듬기타를, 유영춘은 보컬을 맡는다. 이들 5인은 이 당대 모든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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