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시인 이충재
이 시대는 떠남에 대해서 심각할 정도로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는 떠나게 하지 못하는 발목을 잡아두는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 전이로 인한 정부 정책이 우리의 자유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시기에는 자꾸만 떠나고 싶은, 풀리고 싶은, 놓치고 싶은 여백의 미를 꿈꾸는 사람들을 도처에서 맞닥뜨리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 다녀올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김광현 시인이 이번에 출간한 시집 『순천만 그리고 …』은 충분히 도움이 되리라 본다. 대리만족을 위한 쉼을 주기에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김광현 시인은 순천에서 나고 자라고 생활하면서 순천에 대한 시 작품들을 많이 창작하고 있다. 이 시집에는 그 중 서너 편이 서문 격으로 실려 있지만, 그 서녀 편의 시들이 이 시집의 전체를 아우르는 의미를 충분히 지니고 있어서 독자들에게는 의미를 충분히 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밤을 다하여
머나먼 길 달려온 까닭은 무엇인가
온몸 다하여
멀고 먼 반도의 끝
이곳까지 찾아온
까닭은 무엇인가
보라
저 잿빛 광활한 갯벌
금빛 물든 석양
창공을 나는 철새를
보라 무수한 갈대와 가슴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을 나누는 생명들을
아침이면 눈부신 태양 떠오르고
저녁이면 황금빛 하루가 익는 곳
어깨동무한 산들
갯벌을 밟고 선 갈대
어여뻐라 황금빛 갯벌
아름다워라 장엄한 평화
아 순천만
-<순천만 그리고…>전문
김광현 시인의 이 시집은 시가 독자들에게 주고자 하는 유익을 안고 가장 근접하여 다가가서 위로의 메시지로 말걸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장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김광현 시들을 감상하다가 보면 어느 시 한 편 한 편 심혈을 기울여 쓰지 않은 작품이 없을 정도로 온정성이 깊게 베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인을 잘 모르는 독자들도 이 작품을 읽다가 보면 김광현 시인의 섬세하고도 자유를 그리워하는 그리고 과거와 현재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한 선상에 놓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스스로 가치와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애쓰는 정성이 돋보인다. 이 시집을 읽는 독자 역시 그와 동일한 삶의 청사진을 그릴 수밖에 없게 하는 시인만의 힘이 실려 있음을 알게 하는 시집이다.
아무튼 희대의 불청객 코로라-19로 인하여 발 묶여 곤고한 시대를 가슴앓이하면서 살아가는 뭇 독자들을 위로하고 참된 위안과 자연주의 힘을 제공하는 이정표로써의 김광현 시인의 시집
『순천만 그리고…』이 귀한 연말 선물이 될 수 있어서 좋다.
평론가 시인 이충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