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노인지옥 시대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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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노인지옥 시대가 다가온다
  • 이점석 편집국장
  • 승인 2019.09.27 05:31
  • 조회수 5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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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의 그늘

기획 르포

노인 지옥시대가 다가온다

버스정류장을 끼고 있는 횡성 만세공원. 낮시간에는 노인들이 모여든다.
버스정류장을 끼고 있는 횡성 만세공원. 낮시간에는 노인들이 모여든다.

[시민의소리= 이점석 편집국장 ] 횡성읍내의 구 축협 버스정류장은 대부분의 버스가 출발하는 기점이다. 정류장 뒷편 공원에는 연못과 정자가 있다. 한켠에는 미니 도서관과 쉼터가 있어 정수기와 신문 등을 비치해 놓았다. 쉼터에는 노인들이 바둑을 두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한담을 나눈다. 이곳이 언제부터인가 남자 노인들이 점령한 아지트가 되었다. 할머니나 젊은 사람들은 한 명도 없다.

정류장에는 비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고 간이 벤치가 길게 놓여져 있다. 시골은 배차 간격이 길어 삼십분이나 한 시간쯤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겨울이 되면 벤치 앞에 바람막이 비닐이 설치되고 벤치에 열선을 깔아 엉덩이가 따뜻해진다. 이때 쯤이면 노인들이 벤치를 점령한다. 따뜻한 겨울햇살을 쬐면서 오고가는 사람 구경을 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이 공간에 들어서기가 망설여진다. 찬바람을 맞으며 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봉두난발에 남루한 복장을 한 노인이 키보다 큰 막대기를 휘저으며 나타나기도 한다. 사뭇 위협적이어서 젊은이들이 피하는 몸짓을 한다. 옆에 가면 냄새가 나는지 밀폐된 공간이 퀵퀵해진다. 그렇다고 노인들에게 불평을 하는 사람은 없다.

시골버스는 노인버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타면 마치 천연기념물처럼 보인다. 장날이 되면 할머니 전용버스가 된다. 농산물이 든 짐 보따리를 바리바리 들고 팔러간다. 구부러진 등 위로 배가 불룩한 배낭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왜 할아버지가 무거운 짐을 들고 장에 가면 안되는 것일까. 할머니들은 대부분 독신이다.

버스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못다한 이야기를 하느라 벌써부터 장날 분위기다. 이 장면만 캡쳐해서 본다면 인정 넘치는 시골 풍경일 것이다. 산다는 것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숙연해진다. 할머니들은 자식들의 유무와 상관없이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 현장에 내몰린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 노인들이 몰려 있는 시골 풍경이다.

서울의 파고다공원도 노인들의 공간이다.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면 진풍경이 펼쳐진다. 노인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종로3가 지하철역으로 몰린다. 비를 피할 동안 삼삼오오 떼를 지어 술판을 벌인다. 지하도에 술냄새가 진동한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소주와 새우깡으로 시간을 보낸다.

횡성 버스정류장
횡성 버스정류장

 

인생의 종점은 2년간의 요양시설에서

복지국가로 진입하는 국가 홍보용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노인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노인복지를 강조하는 이 시대에 우리 사회는 노인지옥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수명연장이 가져온 재앙이다. 개인에게는 불행한 말년이 펼쳐지는 것이다. 한국은 2017년을 기준으로 인구의 14%65세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0년에 인구의 7%인 고령화사회에서 17년만에 이 문턱을 넘은 것이다. 2019년에는 15%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일본은 1970년 이후 24년만인 1994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해 세계 1위의 속도를 보였다. 이제 한국이 반갑지 않은 1위가 됐다. 스웨덴이 85년이 걸렸고 프랑스는 115년이 걸렸다. 우리는 초단기에 고령사회가 됨으로써 예기치 못한 현상들이 드러나고 있다.

2018년 노년부양비는 19.6명에서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해가 갈수록 점점 증가하고 있다.

노령화지수는 14세 미만의 아동 인구 100명당 노인인구를 나타내는 수치다. 2016100.1명으로 아동인구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110.5명으로 나타났다. 노령화지수가 높은 지역일수록 소멸될 가능성이 현저할 것이다.

전체 노인인구 중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16.0%에서 201819.1%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독거노인은 취약계층에 속한다. 가난에 시달리면서 신체와 정신의 건강이 저하된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노인 자살률이 높은 국가이다. 독거노인의 자살률은 더 높다. 이들은 함께 사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노인들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 요양시설)에서 보내는 시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한 65세 이상 노인 중 요양시설 이용자는 131802명이다. 1인당 평균 707(111개월)을 요양시설에서 보냈다. 이는 사망 전 10년 내 이용한 기간이다.

노인들의 요양시설 이용기간은 2017661, 2016593일이었다. 2018년은 전년도보다 1개월 더 늘었다. 20196월 말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인정자는 72만여 명이다. 65세 이상 인구의 9.3% 수준이다. 2008년 등급 인정자 21만여 명, 65세 이상 인구 대비 4%였던 것에서 크게 늘었다. 요양시설은 점점 늘어나 22000개소의 장기요양기관에서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51만 명이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노인의 요양시설 이용 기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추세인데 한국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각종 통계수치 속에 꿈틀거리는 노인지옥은 이제 곧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을 빚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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