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의 영랑호반서 꽃을 피우다…산불이재민 김경혁의 ‘속초 수목농원’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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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의 영랑호반서 꽃을 피우다…산불이재민 김경혁의 ‘속초 수목농원’ 스토리
  • 설악투데이
  • 승인 2022.08.20 08:54
  • 조회수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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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농장주 김경혁(설악투데이)
사진=농장주 김경혁(설악투데이)

영랑호 둘레길 승마장을 조금 지나서 왼쪽으로 난 길에 들어서면 비닐하우스가 보인다.현수막 안내판을 따라 들어가면 바로 화분으로 가득찬 하우스동이 나오고 이어서  하얀색 꽃밭이 환하게 밝히고 있다.

수국이 향연을 펼치고 있는 이곳이 속초수목농원이다.이른 아침인데도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이 보이는 정원에는 7천본의 수국이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수국말고도 그라스와 각종 식물이 자라고 있다. 농장주인 김경혁은 “4대 테마와 3대 풍광 핫플레이스로 구성하고 있다.”면서 언덕으로 안내했다. ‘바람의 언덕’이라 명명했다는 오름 같은 곳에 서니 영랑호의 풍광과 범바위 모습 그리고 고개를 우측으로 약간돌리니 구름에  가린  설악의 장엄한 위용이 펼쳐져 있다. 분지처럼 포근히 안긴 형상이 안온해 보인다.마음이 절로 편해진다.콕 찍어서 만든 지점 처럼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김경혁 농장주가 이곳에 꽃을 심은 것은 4년전인 2018년, 묘목을 심고서 꿈의 설계도를 그리려는 순간 2019년 4월 사상 유례없는 화마가 휩쓸어 농장은 물론 주변이 몽땅 잿더미가 되었다.그럼에도 좌절하지않고 주변을 정리하면서 정원 거꾸기에 몰두했다.

산불로 공장이 전소돼 생계 터전을 잃은데다가 아내마저 코로나로 사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자금을 끌어 들였다.일일이 손이 가는 정원일 성격상 인건비도 많이 나간다. 그렇게 ‘죽음의 계곡’을 용캐도 견뎌내면서  올 8월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게 되었고 이번주 부터 개방하고 있다.지금은 무료로 개방하는데 하루 200여명 다녀갈 정도로 반응이 좋다.명소로 부상하리라는 예감이 드는 대목이다. 속초시민 A씨는 “부교로 영랑호가 망가져 상심했는데 이런 정원이 생겨 너무 좋다. 아이들 데리고 다시 와야겠다.”고 말했다.

총 1만 1천여평 규모.속초에서 이런 형식의 정원은 처음이다.무엇보다도 천혜의 자연석호 영랑호와 인접하고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고 호수와 함께 시민의 휴식처로 시너지 효과를 더할 수 있는 위치다.김경혁은 “저도 정말 놀랐습니다, 속초에 이렇게 멋진 뷰를 볼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데서 말입니다. 애초에 토목을 맡기려고 했지만 내 아이디어와 정성으로 하나씩 하나씩 전체 그림을 그리고 길을 내고 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더디고 어렵지만 보람이 있고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김경혁은 원래 바다 사나이다. 그는 스킨스쿠버의 명수다.스쿠버를 해양레저로 승화시키기 위해 명확한 가치로 접근하며 강습도 하고 후학을 키우고 있다. 또한 한국해양구조협회 영북지부 회장을 맡으면서 해난사고 인명구조는 물론 환경정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인생행로 모른다고 하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 걸까. 그는 말한다.“ 스쿠버로 심해에 들어 가면 바닷속에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그 아름다움을 산으로 가져와서 그대로 구현하는 것도 멋진 일이죠. 아파트로 뒤덮인 속초를 보면 너무 안타까운데 꽃들을 보면서 시민들이 힐링하는 공간에 대한 갈망이 컸습니다.”

아이러니다. 산불이재민인 그가 보기 조차 싫을 잿더미 상황에서 희망을 피우는 모습이  역설같지만 현재 진행형이다.이는 산불재난지역의 리모델링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광대한 산불지역을 어떻게 복원하고 개발할지 고민이 필요한데 이같은 방식의 접근은 산불지역을 관광지로 만드는 복원모델 전략으로 유효하다는 판단이고 정책당국이  세심하게 들여다 봐야 할 대목이다.

그는 요즘 4.4산불비대위원장 직을 수행하면서 산불 소송을 이끌고 있다.엊그제도 산불 민사재판이 있었지만 질질 지연되는 재판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아침이면 이곳으로 출근해서 직원들과 수목농원일에 전념하고 있며 많은 구상을 하고 있다.

김경혁은 “동호인 자원봉사자들을 구성해서 꽃을 가꾸는 작업은 물론 이를 통한 수익창출을 도모하는 일도 시작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참여로 이익이 창출되면 나누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화마의 잿더미 현장인 영랑호에 조성된 이 농원이 시민들과 공유하는 공원개념으로 진화하길 희망하고 있다. 그 점에서 속초시 당국의 새로운 안목과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

“올 연말까지 잘 다듬어서 내년 봄에는 공식개장을 할 생각입니다. 속초시민들에게는 무료개방을 하려는 계획입니다.그게 시민과 함께하는 첫걸음이라고 여깁니다.”

아침부터 땀에 흠뻑 젖은 김경혁은 전혀 새로운 모습이다.어쩌면 그의 인생이 투자되는 농원이다. 산불이재민으로서 아픔을 극복하는  재기의 현장이자 미래설계의 현장이다.뚝심의 바다 사나이 김경혁의 새로운 도전이 어떻게 우리 곁으로 다가올지 참으로 기대가 크다.

속초수목농원 개방시간은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4시 30분이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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