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중국의 추격, 안보는 훈련 축소…경제·안보 동시에 ‘속도전’
자영업·청년고용까지 번진 경고음…결국 화두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
[시민의소리=사설돋보기] 8월 12일자 주요 신문 사설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정책 신뢰’다.
세제개편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에서 시작해 반도체 산업 경쟁, 한미 연합훈련, 자영업과 일자리 문제까지 분야는 달랐지만 신문들이 던진 질문은 비슷했다.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정하고 있는가, 그리고 한번 정한 정책을 시장과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1. 세제개편·부동산|“시장 흔드는 정책, 원점에서 다시 보라”
가장 많은 사설이 집중한 분야는 세제개편과 부동산이었다.
중앙일보는 정부 세제개편안을 두고 “전면 재검토가 맞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고가주택을 보유한 장기 거주자와 고령 은퇴자, 공동명의 1주택자 등 실제 납세자의 다양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동아일보 역시 세제개편에 이견이 쏟아지고 있다며 ‘과잉과 모순’을 과감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동행미디어 시대도 부부 공동명의 주택과 실거주·비거주 기준 등에 대한 불만을 거론하며 추가 보완책이 또 다른 ‘땜질’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겨레는 세제 보완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부동산 공정과세라는 큰 원칙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같은 세제개편을 놓고도 보수·경제지는 부담 완화와 정책 재설계를, 진보지는 과세 형평성의 원칙 유지를 상대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부동산 대출 문제도 사설의 주요 화두였다. 매일경제는 주식시장에 이어 부동산 대출에서도 ‘FOMO’, 즉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울신문·디지털타임스·조선일보 등도 최근 사설에서 공급 부족과 반복되는 규제 변경을 지적했다.
시장이 정부 발표보다 “다음 정책이 또 바뀌지 않을까”를 먼저 계산하기 시작하면 정책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2. 반도체·AI|“중국은 따라오는데 한국은 규제와 인프라 논쟁”
두 번째 키워드는 반도체다. 아시아경제는 애플이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 제품 사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경고 신호로 읽었다.
당장은 한국 업체와 기술·생산능력 격차가 남아 있지만 중국 업체가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고 양산 경험을 쌓기 시작하면 경쟁 구도가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역시 중국 반도체와 협력하는 애플 움직임에 맞서 한국은 ‘초격차 기술’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럴드경제와 서울경제는 대규모 반도체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주 52시간제 예외와 인프라 지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반도체 경쟁을 단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 경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력·용수·인재·소부장·규제까지 묶은 국가 산업전략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여기에 디지털타임스는 구글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네이버를 처음 앞섰다는 데이터를 들어 국내 플랫폼 산업에도 경고음을 울렸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구글 앱 MAU는 4702만명, 네이버는 4684만명으로 집계됐다. 검색과 플랫폼 경쟁의 중심이 생성형 AI와 AI 비서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기존 ‘포털 왕국’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3. 한미훈련·전작권|“안보 전환은 훈련과 억지력이 전제”
세 번째로 신문들이 집중한 분야는 한미 연합훈련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다.
매일경제는 올해 하반기 을지 자유의 방패(UFS)와 연계한 야외기동훈련이 지난해 22건에서 14건으로 줄어드는 점을 문제 삼았다.
북한의 러시아 추가 파병 가능성과 실전 경험 축적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훈련을 줄이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이다.
문화일보와 중앙일보도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한겨레는 한미 연합연습을 전작권 환수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가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시각은 달랐지만 공통점도 있다.
전작권 전환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군사적 능력과 한미 간 신뢰를 토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4. 자영업·일자리|“가족이 무급으로 버티는 경제”
민생 분야에서는 자영업 위기와 일자리가 부각됐다.
매일경제는 전체 자영업자의 74.5%가 고용원 없이 일하고 있으며 대표자 외 종사자 가운데 무급 가족종사자 비중이 48%에 달한다는 점을 들었다.
장기간 내수 부진과 비용 상승 속에서 가족 노동으로 버티는 영세 자영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매일경제는 자영업 대책을 대출 만기 연장이나 지원금 확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과도한 자영업 의존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여기에 2차 베이비부머의 노동시장 이탈 문제를 제기하며 재고용 기업에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는 청년고용 부진의 해법 역시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서 찾아야 한다고 봤다.
청년과 중장년, 자영업자의 문제가 서로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좋은 민간 일자리 부족’이라는 한 지점에서 만나는 것이다.
5. 노란봉투법·노동정책|“대통령 지시 뒤에도 기준은 모호”
노동정책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둔 혼선이 도마에 올랐다.
문화일보와 동행미디어 시대는 대통령의 보완 지시에도 노동부가 쟁의 범위 등 핵심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의 취지가 노동자의 권리 보호라고 해도 기업과 근로자가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기준이 불명확하다면 분쟁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늘 사설들을 한 줄로 압축하면 “정책의 성공은 발표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실행력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세금은 자주 바뀌면 조세저항을 부르고, 부동산 규제는 반복해서 손질하면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 반도체는 구호만으로 중국의 추격을 막을 수 없고, 안보정책도 훈련과 군사적 준비 없이 선언만 앞설 수 없다.
자영업 문제 역시 지원금만 반복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부가 오늘 사설들에서 읽어야 할 대목은 찬반의 목소리보다
그 아래 흐르는 공통된 불안이다.
국민과 기업은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 정책은 속도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고 방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다.
8월 12일자 사설들이 던진 가장 무거운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정책을 자주 고치는 정부보다, 처음부터 오래 갈 정책을 만드는 정부가 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