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안전 지킴이 의용소방대 ‘이웅재’ [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상태바
구리시 안전 지킴이 의용소방대 ‘이웅재’ [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 송재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26 18:33
  • 조회수 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리시에는 이웅재 대원과 같은 의용소방대원이 120명이나 있다. 든든하다.
송재욱 칼럼니스트
송재욱 칼럼니스트

[시민의소리=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올해 1월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아차산 입구인 구리시 교문동 야산에서 큰 산불이 났다. 

소방차 13대와 230여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되었다. 

저녁이라 산불 진화용 헬기도 뜨지 못하고 워낙 강풍이 부는 날씨라 화재 진화가 쉽지 않았다. 

자칫 아차산으로 번지거나 인근 아파트단지로 불이 옮겨 붙으면 대형화재로 커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때 의용소방대원 한 분이 야산을 10여 차례 오르내리며 소방관들을 지원한다. 

어릴 때부터 구리 토박이로 살아 산자락 곳곳을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평소 산불예방 훈련이 몸에 밴 탓에 누구보다 대응에 빠르다. 

아파트 쪽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 호를 파느라 구슬땀을 흘린 끝에 불길을 잡았다. 

15년차 구리시 의용소방대 이웅재 대원. 

지난겨울의 아찔했던 산불을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추운 겨울에 유독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여성 의용소방대원들은 따뜻한 물을 제공하고 컵라면을 끓여 나르며 소방대원들의 추위와 허기진 속을 달랜다.  

지역의 의용소방대는 화재가 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소방차보다 더 빨리 현장으로 뛰어간다. 

소방차의 길을 터주고 골목에 주정차 차량들이 빨리 빠질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하며 화재현장의 후방지원 역할에 충실 한다. 

골목골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심지어 어느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 지 알 정도로 지역에 밝은 의용소방대원의 역할은 화재 예방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벌집제거와 같은 생활안전 일선에서도 분주하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화재 감지기도 설치해 드린다.

차산 기슭인 한다리 마을에서 화원을 하고 있는 이웅재 대원은 등산목 지킴이로 활동하며 주말마다 정각사 쪽으로 올라가는 아차산 등산객을 대상으로 산불 예방과 CPR(심폐소생술) 교육을 한다. 

산을 자주 찾는 어르신이나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 응급상황에 잘 대처하실 수 있도록 알려드리는 것이 소소한 보람이라고 한다.     

이웅재 대원은 지역을 위한 책임감이나 생명구조에 대한 사명감이 없이는 의용소방대 활동을 오래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자다가도 출동해야 하고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더라도 화재가 나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현장에 뛰어든다. 

몇 년 전 토평리 문구 물류매장에 불이 났을 때는 보통의 어른이 10분도 들기 어려운 소방호스를 직접 들고 1시간이나 버텼다. 

동네에서 발생한 화재이고 아는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겠다는 사명감이 그에게 힘을 불어넣은 것이 아닐까. 

이 난 매장은 전소되었지만 모두가 힘을 모은 덕분에 옆 건물들로 화재가 번지지 않아 소임을 다했다고 한다. 

16시간이나 사투를 벌인 적도 있다. 

2014년 2월 사노동의 폐지 야적장에서 불이 났을 때도 한달음에 달려갔다. 소방차가 19대나 출동했고 110여명의 소방인력이 동원된 큰 불이었다. 

진화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또 다시 불길이 올라오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쌓여있는 폐지 더미 깊숙이 잔불이 남아있어 포크레인으로 150톤의 폐지를 일일이 뒤집어가며 불을 껐다. 

전날 오후에 난 불을 다 끈 것은 다음날 오전이었다.  

땀이 비 오듯 하는 와중에도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들은 두꺼운 방화복을 벗을 수 없다. 

나보다 남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먼저라는 희생정신과 투철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그는 몹쓸 화마가 삼키고 간 집과 가게 그리고 발을 동동 구르는 주민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르지 못한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멀쩡하던 내 이웃이고 친구였던 사람들이 당한 비참한 현실을 차마 고개를 들고 바라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화재 예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화재 앞에서는 절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화원을 운영하는 그는 산불예방에도 철저하다. 

나무도 생명이라 그 하나하나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똑같다며 더욱이 산불이 나면 자연을 복구하는데 다음 세대까지 갈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한 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웅재 대원에게는 장성한 두 남매가 있다. 

딸이 최근에 경찰 채용시험에 도전했다고 한다. 의용소방대, 새마을, 시민경찰, 환경 등 지역봉사활동을 도맡아 하고 있는 아버지를 닮아 봉사와 희생 등 책임감이 남다르다고 한다. 

아들딸도 나중에 의용소방대를 하겠다면 어떡하실 것이냐는 질문에 1초도 망설이지 않는다. 대환영이란다. 

지역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본업과 생계도 넉넉하지 않은 분들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화재현장으로 달려가고 산을 오르내리는 일을 사명감 하나로 행한다. 

리시에는 이웅재 대원과 같은 의용소방대원이 120명이나 있다. 든든하다. 박수를 보낸다. 

많은 시민들이 이 분들을 닮게 된다면 더욱더 안전하고 행복한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송재욱 칼럼니스트 프로필

자유한국당 부대변인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 정치학과 석사

저서 : 자스민과 석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