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티콘' 작가 임보련 [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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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티콘' 작가 임보련 [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 송재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18 17:59
  • 조회수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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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 공동체가 행복하고 더욱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앞으로 더 많이 도전하고 성공해야
송재욱 칼럼니스트
송재욱 칼럼니스트

[시민의소리=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추카추카, 버럭, 고맙뜹니다, 돌겐네 덩말, 옛썰. (오타가 아니다 ㅋㅋ).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사용하는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주고받다가 앙증맞은 캐릭터와 재치 있는 이모티콘을 만날 때면 아빠 미소가 절로 나온다.

사실 내 감정이나 기분을 솔직히 문자 메시지로 보내기엔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가 날 때 문자로 버럭 내지르기보다 귀여운 버전의 ‘버럭’캐릭터로 대신하는 것이 좋고, 대놓고 칭찬하기 민망할 때도 ‘짝짝짝짝...’박수 소리가 달린 캐릭터가 등장한다. 하트를 눈에다 붙이는 곰돌이 캐릭터도 인기다. 

한 때 10~20대의 전유물이던 이모티콘은 이제 30~40대를 넘어 60대 이상의 노년층까지 활발히 사용된다. 

시장 규모는 연 3,000억 원에 이르고 한 달 평균 22억 건의 이모티콘 메시지가 오간다. 이모티콘을 만드는 제작자만 3천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자격증도 필요 없이 누구나 창작이 가능하고 한 달에 몇 천 만원의 고액의 수입도 올릴 수 있다니 학생이나 주부들도 이모티콘 제작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경우 매달 심사를 통해 100여건 정도만 올린다고 하니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치열한 이모티콘 시장에 슈퍼 작가로 이름을 날리는 이는 많지 않다. 

올해 5월 23일 기준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에서 당당히 7위를 기록한 ‘오빠티콘’(오빠가 좋은 걸)이라는 깜찍하고 예쁜 캐릭터를 만든 청년이 구리시에 살고 있다.

사진=카카오이모티콘 샵 캡처
오빠티콘  사진=카카오이모티콘 샵 캡처

1987년생 임보련.

보련 작가는 교문초, 구리여중과 수택고를 나왔고 지금도 부모님과 함께 인창동에 살고 있다. 

임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하도 낙서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어머니가 아예 벽에다 큰 전지를 붙여주실 정도였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뒤늦게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수택고 1학년부터는 예체능 입시반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에 전념하게 되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취미인 만화 그리기는 계속되었다. 결국 취미생활이 발전해 지금의 직업으로 이어졌다며 담담하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의 재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20대 청년시절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숭의여전에 입학한 그녀는 웹 디자인, 포장, 출판 디자인 등을 배웠다. 졸업 후 웹 에이전시 회사를 다녔지만 대기업 이직을 위해서라도 공부를 더 하고 싶어 건국대 시각디자인학과로 편입을 하게 된다. 

2014년 28세의 나이로 대학을 늦깎이 졸업하였으나 막상 원하던 대기업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다시 취직하려고 여러 군데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하였으나 대학 때 배운 것과 실제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과 트렌드가 많이 달라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취업이 미뤄지면 또 무수하게 쏟아져 나올 새내기 졸업생에 치일 수도 있고 친구들은 이미 다들 직장을 잡았다고 생각할수록 하루하루 불안과 초조함으로 힘들어했다. 내 책임이고 문제가 뭘까 자책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다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문자 메시지 대신 이모티콘을 보내는 사용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중이었고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플랫폼 회사들이 앞 다퉈 캐릭터 제작 공개모집에 나설 때였다.  평소 좋아하는 일이었고 집에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 자신 있었다.     

외동이라 어렸을 때부터 혼자만의 방에서 만화를 그리는데 익숙했고 회사 생활동안 재택근무도 해 본 터라 그녀는 지금도 거의 인창동 집에서 홀로 작업을 한다. 

가끔 장자못이나 남양주 카페에 들러 습작도 하지만 주된 일터는 집이다. 

하지만 어머니 김해옥 씨는 회사도 안 다니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그림만 그리는 딸이 못마땅했다. 

모티콘이라는 것이 돈이 된다는 말도 이해할 수 없었고 회사를 다녀야 사회생활도 하고 친구도 사귈 텐데 안타깝기만 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집 밖으로 내보낼 궁리만 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따님 자랑에 바쁘신 분이시다^^ 

‘꽃님이’ 캐릭터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임보련 작가는 이제 이모티콘 제작 5년차로 접어들었다.

 ‘바나나떨이 2천원’으로 카카오 이모티콘 판매 순위 3위를 찍고 바나나떨이 깜찍 버전도 대박을 쳤다. 

최근엔 ‘오빠티콘’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오빠가 좋은걸’ 시리즈로 남녀 커플을 겨냥한 이모티콘이다. 

깜찍한 토끼 캐릭터가 사랑에 빠진 여성의 마음을 대신 전한다. 

“오빠 어디야”“좋은 말 할 때 빤니 왕!”“옵하 밥 먹어쪄”라며 보고 싶고 궁금한 마음을 전하는가 하면, “이쁜이 삐져떠”“1절만 하세요”라고 새침한 기분도 표시한다. 

사진=카카오이모티콘 샵 캡처
사진=카카오이모티콘 샵 캡처

슈퍼 셀러인 그녀가 얼마나 버는 지 궁금해졌다. 

한번 터지는 게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면서도 힌트는 준다. 

인기작가의 경우 한 달에 천만 원 이상을 가져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한다. 

월급 타서 부모님께 뭘 사다드렸냐며 (내심 빨간 내복을 기대하며) 조선시대 질문을 던졌더니 수입을 차곡차곡 모아 차를 한 대 샀다고 시크하게 답변한다. 

김해옥 여사님이 주로 타고 다니신단다.

그녀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늘 분주하다. 

이모티콘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그림만 잘 그려서는 안 된다. 

톡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과 이야기들을 공감해야 하고 유행을 따라잡아야 한다. 

임 작가는 매주 개봉영화를 놓치지 않고 본다. 

TV 인기드라마도 매일 봐야 하고 코미디나 예능 프로의 기발한 자막도 빠트리지 않고 메모한다. 

10대나 20대들이 즐겨 찾는 사이트도 자주 기웃거린다.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주변의 일상이 모두 스토리보드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프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남들처럼 슬럼프도 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류와 유행을 포착하는 직업이니 쉽지 않다. 아이디어 빈곤 속에서도 억지로 참고 그릴 때가 많다. 

작품을 끝내면 한동안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가도 며칠을 그러고 나면 또 자연스럽게 그림에 손이 간단다.

비워야 채워지는 법. 주말이면 친구들도 만나고 기분전환도 한다. 

홍대도 가고 남양주에 경치 좋은 곳으로 다녀오기도 한단다. 

해외로 훌쩍 혼자만의 배낭여행도 떠나는 용감함도 있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낯선 사람들의 여유로움에 자신을 달래고 온다고 한다.     

45일간 유럽 12개 나라를 혼자서 다녀온 적도 있다. 

오스트리아 벨베데레(Belvedere) 궁전에서 클림트의 그림들을 하염없이 쳐다보기도 하고 크로아티아 도심의 베이지색 타일에 비친 노을빛에 황홀해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성당 앞에선 말을 잃었다. 

여행은 그녀에게 작가적 상상력의 밑천이 되기도 한다.  

스타 작가가 되자 고등학생이나 주부들에게서도 일에 대한 문의가 자주 온다고 한다.

어떻게 시작하면 되나, 수입은 어느 정도인지, 장비는 뭘 써야 하는지, 지금부터라도 미술학원을 다녀야 하는 지 등등. 

그녀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하, 그래서 얘가 울고 있었구나”왜 ‘(밀가루) 반죽이’캐릭터가 완성된 빵을 보며 부러워했는지 이모티콘 캐릭터에 녹아들어 있는 스토리가 보여야 한다고. 

리가 그냥 편하자고 쓰는 별로 공들이지도 않은 것 같은 그림 한 조각에 불과한 이모티콘을 그리는 작가. 

그 작가의 이면이 이렇게 거창해도 되나 하다가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것을 절묘하게 짚어내 촌철살인의 그림 한 장으로 표현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미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한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사람도 없지만 내년에도 또 스타로 남아 있을 사람도 드물기 때문에 그녀는 쉬지 않고 걷고 또 뛴다. 

임 작가는 앞으로 캐릭터 사업을 시작해 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강남역 등에 매장을 연 ‘카카오 프렌즈’처럼 이모티콘 캐릭터 하나가 얼마든지 다양한 상품으로 변신이 가능한 세상이다. 

문구류에도 옷이나 각종 생활용품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시장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고 자기가 좋아할 수 있는 것을 잘 하도록 평소에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되어 있었고 지금도 열심히 노력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구리청년 임보련 작가는 매우 드문 성공 사례일지도 모른다.

년 창업이 붐인 세상이다. 

조직보다는 자기계발에 익숙하고 1인 미디어 시대에 1인 창업도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취직도 어렵고 경기도 예전 같지 않으니 젊은 나이에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창업 전선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청년 창업 쉽지 않다. 

너도나도 창업을 꿈꾸지만 우선 무엇을 해야 돈을 벌고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을 지 짧은 경험으로 선택이 쉽지 않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어디 물어볼 사람도 없고 막막하기만 한 현실이다. 

시장의 벽은 높고 견고하다. 

우리 구리시에 제 2의 제 3의 임보련이 하나 둘 탄생하면서 청년들이 새로운 꿈을 키워나갔으면 한다. 

어떻게 그 꿈을 현실화 시켜나갈 수 있을지도 알려 주는 훌륭한 길라잡이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리시 공동체가 행복하고 더욱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앞으로 더 많이 도전하고 성공해야 한다. 

넘어지고 아픈 청년들을 다독여 다시 일으켜 세우고 성공한 청년들과 함께 열매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바로 우리 공동체가 할 일이다. 

청년들은 롤 모델의 성공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도움 또한 절실하다.

 

송재욱 칼럼니스트 프로필

자유한국당 부대변인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 정치학과 석사

저서 : 자스민과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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