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된 테니스 사랑 ‘엄순태’ [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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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테니스 사랑 ‘엄순태’ [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 송재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10 23:04
  • 조회수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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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8년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테니스 가방을 둘러맬 땐 아내 눈치를 본다
송재욱 칼럼니스트
송재욱 칼럼니스트

[시민의소리=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라디오를 듣다보면 모 생수회사 광고가 나온다. 

“우리 집에 이런 남편은 없으니까”라며 한숨 쉬는 부인에게 생수를 집으로 배달해 준다는 광고다. 

과연 남편은 어디서 뭘 하고 있기에?

주말이면 이틀 내내 그 남편은 낚시터로, 산으로, 야구장으로 가 있을 지도 모른다. 

내와 아이들은 평일엔 회사 일에 빠져 주말엔 스포츠에 빠져 얼굴 보기 어려운 아빠를 불평한다. 부부싸움이 잦아지기도 한다. 

일주일 내내 클럽으로 동호회로 달려가는 사람들도 있다. 

배드민턴, 테니스, 탁구, 당구 등 스포츠 동호회엔 자영업자나 주부들도 많다. 

하루에 몇 시간씩 매달려 있는 사람들도 있다. 

때론 본업인 생업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중독된 사랑. 취미로 시작했다가 한 번 스포츠에 푹 빠지면 가정도 생업도 소홀해 질 수 있다. 

이럴 때 아내가 한 마디 쏘아붙인다. 

‘아예 축구공이랑 살지 그래.’‘테니스 중독이구먼.’  

리시에는 26개 종목 120여개의 스포츠클럽들이 있고 여기에 참여한 회원은 1만 3천여 명에 달한다. 

태권도를 배우는 유치원생부터 게이트볼을 즐기는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종목의 생활체육이 활성화되어 있다. 

한강시민공원 주위엔 야구장, 축구장, 테니스장 등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수준 높은 시설도 갖춰져 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뒤 취미생활로 배드민턴을 즐기는 주부도 있을 것이고, 서울로 출퇴근하며 지친 몸을 헬스나 요가로 회복시키려는 직장인, 주말에 등산 후 막걸리 한 잔으로 회포를 푸는 오랜 친구들 등 생활체육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고 쉽게 즐길 수 있다.  

생활체육일수록 누군가 나서 이끌어주기도 하고 궂은일을 도맡아 해 줄 있어야 동호회가 잘 돌아간다. 

손을 잡고 운동장으로 이끌어 주고, 초보자에게 기본기도 가르쳐 주고, 회비를 걷어 살림을 살고, 때론 대외 봉사활동도 하며 클럽 운영에 이바지하는 사람.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회장, 총무 등 임원단의 역할이 그 만큼 크다.

순태’. 그는 분명 테니스에 중독된 스포츠 매니아로 현재 6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인창 테니스클럽 총무를 맡고 있다. 

본업은 아파트 중문 주문 제작과 시공이다. 

낮엔 제품 설치를 위해 구리, 남양주를 비롯해 서울까지도 분주하게 오고간다. 

하지만 밤이면 어김없이 가방 하나 어깨에 메고 인창 주공아파트 2단지 테니스장으로 향한다. 

엄 총무는 인창 토박이다. 인창초등학교를 나와 구리중과 구리고를 다녔다. 

고등학교 때 구리시청 공무원이었던 형님을 따라 주말 테니스에 재미를 붙였고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입문한 것은 군 생활을 마친 뒤인 98년부터다. 

올해로 20년차 생활 테니스맨이다. 

군대에서 허리가 많이 나빠진 탓에 의가사 제대를 했다. 허리 치료를 하는 동안 창밖으로 테니스장이 보였다. 

다리가 부러지면 그냥 멀쩡하게 잘 걷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듯이 멀쩡한 허리로 테니스를 치는 사람을 보며 그렇게 부러웠단다. 

니스는 빠른 발과 허리가 중요한 운동이라고 한다. 허리 치료가 어느 정도 진척이 있자 엄 총무는 테니스를 치기 위해 헬스장을 다니며 허리 강화운동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꾸준히 몸을 관리하며 20년째 테니스를 즐기고 있고 허리 통증도 가시게 되었다. 일석이조다.

‘엄순태’ 총무는 테니스라는 운동 그 자체에도 빠져 살지만 한편으로 인창 클럽에 모이는 테니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도 푹 빠져있다. 

그러다 보니 아내보다 회원들을 먼저 챙기고 집안일보다 클럽 애경사를 먼저 돌보기도 한다. 

그만큼 운동을 함께하는 회원 간의 유대 관계가 남다르게 끈끈하다보니 가끔씩 부부싸움도 한다.  

벌이를 하는 아내와는 결혼한 지 8년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테니스 가방을 둘러맬 땐 아내 눈치를 본다고 한다. 

그래도 무엇보다 가정을 든든하게 지켜야하니까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며 아내를 다독인다. 

아내는 여행과 사진을 좋아한다. 아내는 구리시 문화센터에서 1년간 문화강좌를 듣고 사진작가가 되었고 주민 수강생들과 함께 사진 전시회도 연다. 

엄 총무는 아내가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면 자주 동반 여행을 떠난다. 

처형 가족들과 자주 식사하며 어울리거나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매년 단풍철이면 빠지지 않고 아내와 함께 1박 2일로 남이섬을 다녀온다고 한다. 

엄 총무가 추천하는 가정불화 해소 방안은 부부가 함께 테니스를 즐기는 것이다.

사진=인창테니스클럽 회원 인스타그램
사진=인창테니스클럽 회원 인스타그램

 창 클럽에는 현재 5~6쌍의 부부가 함께 가입돼 있는데 부부간에 다툼도 적고 훨씬 열성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 하나에 빠져 살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더구나 바쁘고 복잡한 현대인에게 몸을 쓰는 운동을 즐기는 것은 육체 건강 정신 건강 모두에 좋다. 

집 주변에서 이웃들과 함께 가족과 함께하는 생활체육은 본인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사회를 밝게 하고 건강하게 하는 활력소라 할 수 있다. 

‘엄순태’ 총무는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한다. 인창주공 단지만 해도 2단지에 2면과 5단지에 1면짜리 테니스 코트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1단지에 그나마 1면의 코트가 있었는데 그마저 주차장과 놀이터로 바뀌며 사라졌다고 한다. 테니스 동호인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주변의 체육시설들이 하나 둘 사라질 때마다 그 공간을 이용하던 생활체육인들이 운동을 포기하거나 멀리 떨어진 시설로 옮겨 다녀야 한다며 아쉬워한다. 

히 테니스의 경우 배드민턴이나 탁구에 비해 실외운동이라 가뜩이나 운동인구가 적은 편인데 시설 부족으로 갈수록 저변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모든 테니스 동호인들의 바람이 그렇듯이 엄 총무는 인근 의정부시처럼 구리시에도 실내 테니스코트가 건립되길 희망한다. 

따가운 햇살이나 눈비를 막을 수 있는 실내코트가 마련되면 테니스 동호인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 한다. 

하지만 비싼 건축비용과 함께 주민들의 민원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땅이 부족한 구리시에선 해법을 찾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26개의 생활체육 각 종목마다 운동에 중독되어 신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동호인들이 많다. 

빠듯하고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호인들이 보다 나은 여건에서 운동을 즐기고 한 차원 높은 삶의 여유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생각을 가져본다.

부가 함께 운동을 즐기는 모습도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송재욱 칼럼니스트 프로필

자유한국당 부대변인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 정치학과 석사

저서 : 자스민과 석유

송재욱 지음 '자스민과 석유'
송재욱 지음 '자스민과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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