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창민 감독 1주기 추모 상영회 개최…영화 4편으로 다시 만난 그의 삶과 예술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을 향한 감독의 시선 재조명…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 남겨 서울 필름포럼서 ‘그 누구의 딸’·‘구의역 3번출구’·‘보일러’·‘회신’ 등 단편영화 4편 무료 상영

2026-11-07     전국시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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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민의소리=취재팀] 불의의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창민 감독의 1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과 영화인으로서의 삶을 기리는 추모 상영회가 7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필름포럼 1관에서 열렸다.

독립·단편영화 배급사 무비랩이 주관한 이날 상영회에서는 김 감독이 생전에 연출한 ‘그 누구의 딸’, ‘구의역 3번출구’, ‘보일러’, ‘회신’ 등 네 편의 단편영화가 무료로 상영됐다.

상영회는 무비랩 대표의 행사 취지 설명과 고인의 부친 김상철 씨의 인사말, 작품 상영 등으로 진행됐다.

스크린에는 김 감독의 생전 모습과 추모 영상이 비쳤으며, 참석자들은 영화에 담긴 고인의 생각과 창작 정신을 되새겼다.

이번 행사는 무비랩이 주관하고 필름포럼, 센트럴파크, 인디스토리, 디졸브매거진이 후원했다.

무비랩 대표, “감독이 남긴 작품과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자리”

무비랩 대표는 상영회에서 김창민 감독의 작품 세계와 행사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상영회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김 감독을 추모하고, 그가 생전에 남긴 네 편의 영화를 통해 감독의 시선과 마음,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다시 만나는 자리로 마련됐다.

무비랩은 앞서 행사 초청장을 통해 한 편의 영화에는 창작자의 마음과 시간이 담겨 있으며, 작품을 통해 그 사람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 수 있다는 취지를 전했다.

특히 감독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영화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를 되새기는 일이 고인을 기억하는 의미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추모 상영회는 김 감독이 남긴 영화들을 다시 소개하고, 그의 창작 활동과 예술적 가치를 관객들과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

무비랩

부친 김상철 씨, 아들의 작품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

이날 故 김창민 감독의 부친 김상철 씨는 참석자들에게 아들을 향한 그리움과 함께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영화감독이었던 아들이 남긴 작품과 창작의 발자취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특히 이번 추모 상영회를 계기로 아들의 작품과 업적을 기리는 영화제와 같은 사업이 지속적으로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아들이 생전에 영화에 쏟았던 열정과 그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이어가는 일이 이제는 가족에게 남겨진 희망이자 꿈이라는 것이다.

아들의 사고 이후 유족을 걱정하고 배려해 준 주변 사람들과 영화계 관계자, 추모 상영회를 준비한 무비랩과 후원 기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들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고인의 작품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영화인 김창민의 이름이 앞으로도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냈다.‘

그

'그 누구의 딸’, 성범죄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낙인찍힌 딸의 고통

2016년 발표한 ‘그 누구의 딸’은 故 김창민 감독의 사회적 문제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영화는 성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딸이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편견을 피해 거처를 옮겨 다니는 이야기를 담았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아버지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낙인과 고통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딸에게까지 이어진다.

김 감독은 이 작품에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타인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현실을 조명했다.

특히 범죄자의 가족도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서 또 다른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작품으로 김 감독은 2016년 제5회 경찰 인권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구의역

‘구의역 3번출구’, 이혼을 앞둔 부부의 마지막 하루에 담긴 사랑과 이별

2019년 연출한 ‘구의역 3번출구’는 이혼을 앞둔 부부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이별, 인간관계의 복잡한 감정을 들여다본 단편영화다.

영화는 6개월의 조정 기간을 거친 부부가 서울 구의역 3번 출구에서 다시 만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두 사람은 법원에서 협의이혼 절차를 마친 뒤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법적으로는 부부관계를 정리했지만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두 사람에게는 여전히 익숙한 감정과 미련이 남아 있다.

작품은 이혼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일상적인 대화와 상황을 통해 관계의 끝자락에 놓인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표현한다.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과 함께했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201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됐다.

보일러

‘보일러’, 고장 난 난방시설을 통해 들여다본 현대인의 고립과 외로움

‘보일러’는 홀로 생활하는 남자의 집에 보일러가 고장 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고장 난 보일러를 수리하기 위해 방문한 수리공과 집주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과 관계를 조명한다.

영화에서 보일러는 단순한 난방시설을 넘어 사람에게 필요한 온기와 관계를 상징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특히 홀로 살아가는 사람의 외로움과 창작자로서 겪는 고립의 문제를 일상적인 사건 속에 담아냈다.

김 감독은 평범한 생활 공간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단절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관심과 소통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회신

‘회신’,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가족의 상실과 기억을 그린 유작

‘회신’은 김창민 감독이 생전에 남긴 마지막 연출작이다.

영화는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 아들을 잊지 못하는 아버지, 모든 것을 잊어버린 어머니 등 세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으로,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남겨진 가족들이 겪는 상실과 기억의 문제를 다룬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에게 기억은 지울 수 없는 고통이지만 동시에 아들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마지막 흔적이기도 하다.

반면 모든 것을 잊어버린 어머니의 모습은 기억과 망각, 상실이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을 잃은 슬픔과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회신’은 2026년 일부 영화제에서 상영이 추진됐으나 김 감독이 생전에 초청 감독에 대한 처우 문제를 제기하며 상영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은 결국 고인의 유작으로 남았다.

영화계에서 10년 넘게 활동…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오가며 창작 이어가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창민 감독은 2013년 영화 ‘용의자’의 소품 담당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대장 김창수’, ‘마약왕’, ‘마녀’, ‘천문: 하늘에 묻는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소방관’ 등 여러 상업영화의 작화 작업에 참여했다.

영화 제작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하는 독립영화 작업도 이어갔다.

김 감독의 연출작에는 가족, 이별, 사회적 편견, 고립, 상실과 기억 등 인간의 삶과 밀접한 주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화려한 사건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주목하고, 그 속에서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려 했다는 점이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한다.

김 감독은 특히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어려움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

김창민 감독은 2025년 10월 20일 새벽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다른 손님들과 시비가 벌어진 뒤 폭행을 당했다.

김 감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같은 해 11월 7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40세였다.

고인은 생의 마지막 순간 심장과 간, 양쪽 신장을 기증해 네 사람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생의 마지막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영화를 통해 인간의 삶과 상처를 이야기했던 감독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생명나눔을 실천했다.
사건과 관련해 살인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두 명에 대한 형사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8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소청은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을 구형했다.

피고인들은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1심 선고는 오는 11월 12일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