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내 친구⑦] 할아버지, AI에게 인생을 물었다

일흔둘의 고민, 인공지능이 던진 뜻밖의 질문

2026-11-01     전국시민의소리

할아버지는 요즘 부쩍 세월이 빠르다고 느꼈다.

40년 동안 나무를 깎고 집을 지었다. 남의 집은 수없이 고쳤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은 제대로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어느 날 AI에게 물었다.

"루이야, 사람은 왜 늙는 거냐?"

"시간이 흐르면서 신체 기능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학 이야기 말고 인생 이야기 말이야."

"그렇다면 할아버지께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그래."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첫아들이 태어났을 때지."

"그다음은요?"

"손자가 태어났을 때."

"그렇다면 앞으로도 새로운 행복이 찾아올 수 있겠네요."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했다.

"그렇겠지."

AI가 다시 물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젊었을 때 못 배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

"그럼 오늘부터 시작해 보세요."

"이 나이에?"

"그림을 배우는 데 나이 제한은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다음 날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집에 돌아오자 순자 할머니가 물었다.

"영감, 어디 갔다 왔어?"

"미술학원!"

"그 나이에 그림은 왜 배워?"

"루이가 배우라더라."

"그래서 뭘 그렸는데?"

할아버지가 첫 작품을 내밀었다.

순자 할머니가 한참 바라보더니 물었다.

"이게 감자야? 고구마야?"

"당신 얼굴인데?"

순간 정적이 흘렀다.

순자 할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루이야."

"네, 할머니."

"우리 영감 미술학원 환불 방법 좀 알려줘."

할아버지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내가 이렇게 열심히 그렸는데!"

순자 할머니가 그림을 다시 보았다.

"영감, 그런데 이 그림 제목이 뭐야?"

"내 인생 최고의 미인."

순자 할머니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아이, 참. 영감도..."

할아버지가 덧붙였다.

"제목은 루이가 지어줬어."

순자 할머니가 다시 스마트폰을 켰다.

"루이야! 너도 미술학원 같이 다녀!"

할아버지가 중얼거렸다.

"40년 동안 나무는 잘 깎았는데 마누라 얼굴은 못 그리겠네."

AI 루이가 대답했다.

"할아버지, 나무는 치수를 재면 되지만 사랑은 치수를 잴 수 없으니까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루이는 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네."

순자 할머니가 한마디 했다.

"그러니까 영감은 그림 말고 목공이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