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여명학교 학생들의 배움터, 배제 대상 될 수 없다”
여명학교 건립 갈등에 성명 발표…“정부·교육당국이 안정적인 교육권 보장해야” 반대 주민들은 의견수렴 절차 문제 제기…서울시교육청 “주민과 협의하며 건립 추진”
[시민의소리=취재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가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을 교육하는 여명학교의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보장해 달라고 정부와 교육당국에 촉구했다.
서울지부는 28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학교는 장애 여부와 출신 지역, 가정환경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며 “아이들의 배울 권리는 어떤 이유로도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서울지부는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반대와 갈등을 겪었던 경험도 언급했다. 특히 2017년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설명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학교 건립을 호소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서울지부는 “교육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학생과 부모뿐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논란을 겪었던 서울서진학교는 2020년 3월 개교해 현재 서울시교육청 관할 공립 특수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성명은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옛 염강초등학교 부지에서 열린 여명학교 교사 건립 주민설명회 이후 발표됐다.
당시 설명회에서는 여명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주민 동의와 의견수렴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이 무릎을 꿇고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주민설명회에는 주민과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반대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 유아교육진흥원과 유아체험시설만 들어서기로 했던 기존 계획을 지켜야 한다며 여명학교 건립 결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교 건립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의 교육권과 지역사회의 포용을 강조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학교 건립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지부는 “여명학교 교장이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모습은 장애학생 부모들이 과거에 겪었던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라며 “여명학교 학생들이 또다시 배움터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명학교는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의 한국 사회 적응과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설립된 대안교육기관이다. 관악구에서 출발해 2008년 중구 명동으로 이전했으며, 2019년에는 은평구에 새 교사를 마련하려 했지만 주민 반대 등으로 이전 계획이 무산됐다.
학교는 2023년 3월부터 서울 강서구 옛 염강초등학교 건물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현재 건물의 사용 기간은 2027년 2월 만료될 예정이다.
여명학교와 서울시교육청, 통일부, 현대자동차그룹 등은 지난 7월 현재 부지에 학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교사 건립 사업비 60억 원을 지원하고, 완공된 건물은 서울시교육청에 기부채납할 계획이다.
새 교사는 2027년 10월 착공해 2028년 말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여명학교는 2029년 1월 신축 교사로 이전한 뒤 같은 해 3월 개교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여명학교 건립의 필요성과 교육당국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고 있다. 유아교육진흥원 시설이 축소될 것이라는 일부 주민의 우려에 대해서는 변경된 계획에 따른 건물 면적이 기존 계획보다 오히려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학교 건립을 계속 추진하되 교통과 소음, 보행 안전, 주민편의시설 등에 관한 주민 의견을 듣고 소규모 간담회 등을 통해 갈등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는 북한이탈주민 청소년도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구성원이라며 정부와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의 안정적인 교육권을 보장할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안전에 관한 우려를 충분히 듣고 해결책을 마련하되, 학생의 출신 배경이나 사회적 편견이 교육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학교 건물을 어디에 세울 것인가를 넘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아이들을 지역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권을 지키면서 주민들의 의견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당국, 학교, 주민 간 지속적인 대화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