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우리 아이들이 아파요①] 학교 밖 청소년 — 갈 곳을 잃은 아이들

학교를 그만둔 이유 1위 ‘심리·정신적 문제’ 32.4% 은둔 경험 35.1%·우울감 31.1%…학교를 떠나도 배움과 보호는 멈춰선 안 된다

2026-09-27     전국시민의소리

[시민의소리=특집팀]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모두 공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교문을 나선 순간 교육뿐 아니라 친구와 교사, 상담과 건강관리 등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5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서 학교를 그만둔 이유 가운데 ‘심리·정신적 문제’가 32.4%로 가장 높았다.

은둔 경험은 35.1%, 최근 2주간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 경험은 31.1%, 자살 생각 경험은 21.1%였다.

최근 전국 꿈드림 현장에서는 검정고시와 대학 진학, 심리상담, 진로·취업, 건강검진을 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청소년들의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를 ‘학교를 포기한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는 청소년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1. 학교를 떠난 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울타리’였다

2026년 5월 서울 은평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만난 17세 청소년의 사례는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가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청소년은 허리디스크가 악화돼 학교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워지면서 자퇴했다.

학교를 나온 뒤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검정고시였다.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했지만 꿈드림센터와 연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대일 멘토링과 학습지원을 받아 2026년 4월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제빵·바리스타 등 여러 진로체험을 거치며 패션 분야라는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수능 공부도 시작했다. 같은 센터의 또 다른 24세 청소년 역시 고교 시절 따돌림을 겪고 자퇴한 뒤 오랫동안 집에 머물다가 센터와 연결돼 검정고시와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개인의 특별한 사연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정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성평등가족부가 전국 9~24세 학교 밖 청소년 2,8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서 학교를 그만둔 시기는 고등학교가 67.2%로 가장 많았다.

학업중단 이유를 복수응답으로 물었을 때 ‘심리·정신적 문제’가 32.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고등학교 단계에서 심리·정신적 문제가 주요 학업중단 이유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쉼터, 소년원, 보호관찰소, 대안교육기관, 검정고시 접수장 등을 통해 표집한 조사로 국가승인통계는 아니라는 한계도 함께 밝혀져 있다.

따라서 이 수치를 전체 학교 밖 청소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현장의 위험 신호를 보여주는 지표로 읽을 필요가 있다.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에게 “왜 학교를 그만뒀느냐”고 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교를 나온 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는지, 검정고시나 진로 정보를 알고 있는지, 우울과 불안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기 힘든 것은 아닌지까지 살펴야 한다.

학교를 떠난 순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방치가 아니라 새로운 연결이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자리에 상담·교육·건강·진로·또래관계를 이어주는 ‘두 번째 울타리’를 얼마나 빨리 세워주느냐가 아이의 다음 삶을 바꿀 수 있다.

2. 검정고시 시험장에 선 44명…학교를 떠났지만 배움은 끝나지 않았다

2026년 4월 4일 실시된 제1회 초·중·고졸 검정고시 시험장에는 인천 부평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의 지원을 받은 학교 밖 청소년 44명이 응시했다.

부평구 꿈드림은 시험 접수 단계부터 청소년들을 지원했고 검정고시 교재, 인터넷 강의, 모의고사 등 학습지원과 함께 시험 당일 현장 지원까지 제공했다.

검정고시가 끝난 뒤에도 지원은 멈추지 않는다. 합격한 청소년이 대학 진학이나 취업, 자격증 취득 등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진로지원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이 단순히 ‘검정고시 합격증 한 장’을 받게 하는 사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비슷한 사례는 서울에서도 확인된다. 은평구 꿈드림에서는 2026년에도 검정고시와 수능을 준비하는 청소년을 위한 멘토를 모집해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한국사 등의 학습을 주 1~2회 지원하고 있다.

수능 준비뿐 아니라 논술과 대입 면접 등 대학 진학을 위한 지원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은평구 사례에서 검정고시에 합격한 청소년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수능 준비에 들어간 사례가 소개됐다.

학교를 떠났다는 사실이 곧 교육을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현장이 보여주고 있다.

정책 역시 이런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는 상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습·진로·자립·건강 등을 연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마다 학교를 떠난 이유와 이후의 목표가 다르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가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기술을 배우거나 취업을 준비한다. 또 어떤 청소년에게는 당장 시험보다 생활 리듬을 회복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먼저일 수 있다.

따라서 학교 밖 청소년 정책은 ‘학교로 되돌려 보내는 것’만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검정고시, 대학 진학, 직업교육, 취업, 창업, 대안교육 등 다양한 길을 실제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학교를 떠난 것은 교육의 끝이 아니라 교육 방법이 달라지는 출발점일 수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학교에 갈래?”라는 하나의 질문보다 “앞으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삶을 살고 싶니?”라는 더 넓은 질문이다.

3. 자해·자살 시도를 반복했던 청소년, 대학 ‘과 수석’까지 올라섰다

2026년 5월 서울 은평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공개한 사례 가운데 눈에 띄는 이야기가 있다.

안 센터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자해와 자살 시도를 반복했던 한 학교 밖 청소년이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일본어 동아리 활동 등에 참여한 뒤 4년제 대학 일본어학과에 진학해 과 수석을 했다고 소개했다.

한때 일상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웠던 청소년이 상담과 관계 회복, 관심 분야 활동을 거쳐 대학생활에 적응한 사례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례의 의미는 모든 학교 밖 청소년이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데 있지 않다. 위기의 한 시점만으로 한 아이의 미래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정부 조사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의 마음건강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나타났다.

‘2025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서 최근 2주간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31.1%였다.

은둔 경험은 35.1%, 자살을 생각한 경험은 21.1%, 자살 시도 경험은 7.8%로 조사됐다.

2023년 조사와 비교하면 은둔 경험은 42.6%에서 35.1%, 우울감 경험은 32.5%에서 31.1%, 자살 생각은 23.6%에서 21.1%, 자살 시도는 9.9%에서 7.8%로 낮아졌다. 개선 흐름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청소년이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 정책에서 학습지원과 정신건강 지원을 분리해서 접근하기 어렵다.

우울과 불안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집 밖으로 나오기 힘든 아이에게 교재부터 건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먼저 상담과 관계 회복이 필요할 수 있고, 또래와 함께하는 동아리나 문화 활동이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첫 단계가 될 수도 있다.

은평구 사례에서 일본어 동아리와 상담이 함께 이루어진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아이의 회복 속도는 모두 다르다.

어떤 청소년은 몇 달 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하지만 다른 청소년에게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센터에 한 번 나오는 것 자체가 큰 변화일 수 있다.

성적이나 취업 여부만으로 지원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는 아이가 다시 사람을 믿고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도 포함돼야 한다.

4. 센터로 오지 않는 아이들…배달음식과 함께 ‘도움받을 곳’을 알렸다

2026년 4월 경기도가 소개한 동두천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의 활동에는 눈에 띄는 현장 사례가 있다.

센터는 배달업체 ‘부릉’과 업무협약을 맺고 배달통에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안내 스티커를 부착했다.

인근 음식점과도 연계해 배달음식에 센터 홍보용 물품을 넣어 전달하는 방식으로 학교 밖 청소년과 가족들에게 꿈드림의 존재를 알렸다.

상담기관이 청소년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대신 청소년들의 생활공간 가까이 지원 정보를 보내는 일종의 ‘찾아가는 발굴’ 방식이다.

이 같은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학교 밖 청소년 가운데 상당수가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실태조사에서 은둔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5.1%였다. 2023년 42.6%보다 7.5%포인트 낮아졌지만 세 명 중 한 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의 사각지대는 이미 꿈드림이나 복지기관에 등록된 청소년보다 어떤 기관과도 연결되지 않은 청소년일 가능성이 크다.

센터를 알고 직접 찾아갈 정도의 정보와 의욕이 있는 청소년은 지원체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지만,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청소년에게는 센터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수 있다.

동두천 사례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오라’는 방식만으로 충분한가 하는 것이다. 학교를 그만둔 직후 교육기관과 지자체가 지원기관 정보를 신속하게 안내하고, 필요하면 상담·복지·정신건강·진로기관으로 이어주는 체계가 중요하다.

온라인 상담이나 전화, 문자 등 대면 접촉을 부담스러워하는 청소년도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26년 서울시의 학교 밖 청소년 관련 추진방향에서도 교육청·경찰서 등 유관기관과 연계한 발굴과 청소년안전망을 통한 지역사회 연결 강화, 고립·은둔과 마음건강 등에 대한 전문 심리상담 강화가 제시됐다.

결국 핵심은 ‘기다리는 복지’에서 ‘찾아가는 연결’로의 변화다. 아이가 구조신호를 크게 보내지 않더라도 사회가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5. 학교 밖에서도 무료 건강검진…몸과 마음을 함께 살펴야 한다

2026년 8월 성평등가족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국 222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함께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 집중 홍보를 실시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도 국가가 지원하는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은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9세 이상 18세 이하 학교 밖 청소년은 무료로 3년에 한 번 검진을 받을 수 있다.

19세 학교 밖 청소년도 다른 국가건강검진과 중복되지 않는 경우 이용할 수 있다.

검진 내용도 단순한 신장·체중 측정에 그치지 않는다.

상담과 진찰, 신체계측, 혈액검사, 소변검사, 구강검진, 간염검사, 콜레스테롤 검사 등이 포함되며 기본·선택검진에서 질환이 의심될 경우 확진검사도 받을 수 있다.

2026년 검진은 1월부터 12월까지 연중 실시되고 있다. 신청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을 통해 할 수 있으며, 성평등가족부는 ‘청소년1388’ 누리집에서도 보다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건강검진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재학생은 학교생활을 통해 정기적으로 건강상태를 확인할 기회를 갖지만 학교를 떠난 청소년은 이런 제도적 접점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울과 은둔 경험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는 신체검진과 함께 정신건강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상담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검정고시 합격률이나 취업자 수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가 건강해야 공부할 수 있고, 마음이 회복돼야 사람을 만나고 진로를 고민할 수 있다.

상담 따로, 검정고시 따로, 건강검진 따로가 아니라 한 청소년을 중심으로 교육·건강·심리·진로·자립 서비스를 연결해야 한다.

학교를 떠났다는 이유로 국가와 사회의 보호까지 떠나서는 안 된다.

교문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 또 다른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해야 한다.

학교 밖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낙인이 아니라 연결이고, 재촉이 아니라 기다림이며, 하나의 정해진 길이 아니라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이다.

그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전국부모=특집팀]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모두 공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교문을 나선 순간 교육뿐 아니라 친구와 교사, 상담과 건강관리 등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5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서 학교를 그만둔 이유 가운데 ‘심리·정신적 문제’가 32.4%로 가장 높았다. 은둔 경험은 35.1%, 최근 2주간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 경험은 31.1%, 자살 생각 경험은 21.1%였다. 최근 전국 꿈드림 현장에서는 검정고시와 대학 진학, 심리상담, 진로·취업, 건강검진을 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청소년들의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를 ‘학교를 포기한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는 청소년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1. 학교를 떠난 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울타리’였다 2026년 5월 서울 은평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만난 17세 청소년의 사례는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가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청소년은 허리디스크가 악화돼 학교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워지면서 자퇴했다. 학교를 나온 뒤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검정고시였다.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했지만 꿈드림센터와 연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대일 멘토링과 학습지원을 받아 2026년 4월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제빵·바리스타 등 여러 진로체험을 거치며 패션 분야라는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수능 공부도 시작했다. 같은 센터의 또 다른 24세 청소년 역시 고교 시절 따돌림을 겪고 자퇴한 뒤 오랫동안 집에 머물다가 센터와 연결돼 검정고시와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개인의 특별한 사연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정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성평등가족부가 전국 9~24세 학교 밖 청소년 2,8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서 학교를 그만둔 시기는 고등학교가 67.2%로 가장 많았다. 학업중단 이유를 복수응답으로 물었을 때 ‘심리·정신적 문제’가 32.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고등학교 단계에서 심리·정신적 문제가 주요 학업중단 이유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쉼터, 소년원, 보호관찰소, 대안교육기관, 검정고시 접수장 등을 통해 표집한 조사로 국가승인통계는 아니라는 한계도 함께 밝혀져 있다. 따라서 이 수치를 전체 학교 밖 청소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현장의 위험 신호를 보여주는 지표로 읽을 필요가 있다.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에게 “왜 학교를 그만뒀느냐”고 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교를 나온 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는지, 검정고시나 진로 정보를 알고 있는지, 우울과 불안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기 힘든 것은 아닌지까지 살펴야 한다. 학교를 떠난 순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방치가 아니라 새로운 연결이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자리에 상담·교육·건강·진로·또래관계를 이어주는 ‘두 번째 울타리’를 얼마나 빨리 세워주느냐가 아이의 다음 삶을 바꿀 수 있다. 2. 검정고시 시험장에 선 44명…학교를 떠났지만 배움은 끝나지 않았다 2026년 4월 4일 실시된 제1회 초·중·고졸 검정고시 시험장에는 인천 부평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의 지원을 받은 학교 밖 청소년 44명이 응시했다. 부평구 꿈드림은 시험 접수 단계부터 청소년들을 지원했고 검정고시 교재, 인터넷 강의, 모의고사 등 학습지원과 함께 시험 당일 현장 지원까지 제공했다. 검정고시가 끝난 뒤에도 지원은 멈추지 않는다. 합격한 청소년이 대학 진학이나 취업, 자격증 취득 등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진로지원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이 단순히 ‘검정고시 합격증 한 장’을 받게 하는 사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비슷한 사례는 서울에서도 확인된다. 은평구 꿈드림에서는 2026년에도 검정고시와 수능을 준비하는 청소년을 위한 멘토를 모집해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한국사 등의 학습을 주 1~2회 지원하고 있다. 수능 준비뿐 아니라 논술과 대입 면접 등 대학 진학을 위한 지원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은평구 사례에서 검정고시에 합격한 청소년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수능 준비에 들어간 사례가 소개됐다. 학교를 떠났다는 사실이 곧 교육을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현장이 보여주고 있다. 정책 역시 이런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는 상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습·진로·자립·건강 등을 연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마다 학교를 떠난 이유와 이후의 목표가 다르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가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기술을 배우거나 취업을 준비한다. 또 어떤 청소년에게는 당장 시험보다 생활 리듬을 회복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먼저일 수 있다. 따라서 학교 밖 청소년 정책은 ‘학교로 되돌려 보내는 것’만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검정고시, 대학 진학, 직업교육, 취업, 창업, 대안교육 등 다양한 길을 실제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학교를 떠난 것은 교육의 끝이 아니라 교육 방법이 달라지는 출발점일 수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학교에 갈래?”라는 하나의 질문보다 “앞으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삶을 살고 싶니?”라는 더 넓은 질문이다. 3. 자해·자살 시도를 반복했던 청소년, 대학 ‘과 수석’까지 올라섰다 2026년 5월 서울 은평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공개한 사례 가운데 눈에 띄는 이야기가 있다. 안 센터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자해와 자살 시도를 반복했던 한 학교 밖 청소년이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일본어 동아리 활동 등에 참여한 뒤 4년제 대학 일본어학과에 진학해 과 수석을 했다고 소개했다. 한때 일상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웠던 청소년이 상담과 관계 회복, 관심 분야 활동을 거쳐 대학생활에 적응한 사례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례의 의미는 모든 학교 밖 청소년이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데 있지 않다. 위기의 한 시점만으로 한 아이의 미래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정부 조사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의 마음건강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나타났다. ‘2025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서 최근 2주간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31.1%였다. 은둔 경험은 35.1%, 자살을 생각한 경험은 21.1%, 자살 시도 경험은 7.8%로 조사됐다. 2023년 조사와 비교하면 은둔 경험은 42.6%에서 35.1%, 우울감 경험은 32.5%에서 31.1%, 자살 생각은 23.6%에서 21.1%, 자살 시도는 9.9%에서 7.8%로 낮아졌다. 개선 흐름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청소년이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 정책에서 학습지원과 정신건강 지원을 분리해서 접근하기 어렵다. 우울과 불안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집 밖으로 나오기 힘든 아이에게 교재부터 건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먼저 상담과 관계 회복이 필요할 수 있고, 또래와 함께하는 동아리나 문화 활동이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첫 단계가 될 수도 있다. 은평구 사례에서 일본어 동아리와 상담이 함께 이루어진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아이의 회복 속도는 모두 다르다. 어떤 청소년은 몇 달 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하지만 다른 청소년에게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센터에 한 번 나오는 것 자체가 큰 변화일 수 있다. 성적이나 취업 여부만으로 지원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는 아이가 다시 사람을 믿고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도 포함돼야 한다. 4. 센터로 오지 않는 아이들…배달음식과 함께 ‘도움받을 곳’을 알렸다 2026년 4월 경기도가 소개한 동두천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의 활동에는 눈에 띄는 현장 사례가 있다. 센터는 배달업체 ‘부릉’과 업무협약을 맺고 배달통에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안내 스티커를 부착했다. 인근 음식점과도 연계해 배달음식에 센터 홍보용 물품을 넣어 전달하는 방식으로 학교 밖 청소년과 가족들에게 꿈드림의 존재를 알렸다. 상담기관이 청소년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대신 청소년들의 생활공간 가까이 지원 정보를 보내는 일종의 ‘찾아가는 발굴’ 방식이다. 이 같은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학교 밖 청소년 가운데 상당수가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실태조사에서 은둔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5.1%였다. 2023년 42.6%보다 7.5%포인트 낮아졌지만 세 명 중 한 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의 사각지대는 이미 꿈드림이나 복지기관에 등록된 청소년보다 어떤 기관과도 연결되지 않은 청소년일 가능성이 크다. 센터를 알고 직접 찾아갈 정도의 정보와 의욕이 있는 청소년은 지원체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지만,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청소년에게는 센터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수 있다. 동두천 사례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오라’는 방식만으로 충분한가 하는 것이다. 학교를 그만둔 직후 교육기관과 지자체가 지원기관 정보를 신속하게 안내하고, 필요하면 상담·복지·정신건강·진로기관으로 이어주는 체계가 중요하다. 온라인 상담이나 전화, 문자 등 대면 접촉을 부담스러워하는 청소년도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26년 서울시의 학교 밖 청소년 관련 추진방향에서도 교육청·경찰서 등 유관기관과 연계한 발굴과 청소년안전망을 통한 지역사회 연결 강화, 고립·은둔과 마음건강 등에 대한 전문 심리상담 강화가 제시됐다. 결국 핵심은 ‘기다리는 복지’에서 ‘찾아가는 연결’로의 변화다. 아이가 구조신호를 크게 보내지 않더라도 사회가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5. 학교 밖에서도 무료 건강검진…몸과 마음을 함께 살펴야 한다 2026년 8월 성평등가족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국 222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함께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 집중 홍보를 실시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도 국가가 지원하는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은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9세 이상 18세 이하 학교 밖 청소년은 무료로 3년에 한 번 검진을 받을 수 있다. 19세 학교 밖 청소년도 다른 국가건강검진과 중복되지 않는 경우 이용할 수 있다. 검진 내용도 단순한 신장·체중 측정에 그치지 않는다. 상담과 진찰, 신체계측, 혈액검사, 소변검사, 구강검진, 간염검사, 콜레스테롤 검사 등이 포함되며 기본·선택검진에서 질환이 의심될 경우 확진검사도 받을 수 있다. 2026년 검진은 1월부터 12월까지 연중 실시되고 있다. 신청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을 통해 할 수 있으며, 성평등가족부는 ‘청소년1388’ 누리집에서도 보다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건강검진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재학생은 학교생활을 통해 정기적으로 건강상태를 확인할 기회를 갖지만 학교를 떠난 청소년은 이런 제도적 접점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울과 은둔 경험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는 신체검진과 함께 정신건강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상담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검정고시 합격률이나 취업자 수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가 건강해야 공부할 수 있고, 마음이 회복돼야 사람을 만나고 진로를 고민할 수 있다. 상담 따로, 검정고시 따로, 건강검진 따로가 아니라 한 청소년을 중심으로 교육·건강·심리·진로·자립 서비스를 연결해야 한다. 학교를 떠났다는 이유로 국가와 사회의 보호까지 떠나서는 안 된다. 교문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 또 다른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해야 한다. 학교 밖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낙인이 아니라 연결이고, 재촉이 아니라 기다림이며, 하나의 정해진 길이 아니라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이다. 그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