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편, 반달에 담긴 우리의 마음

나는 올해 누구와 감사의 마음을 나누었는가.

2026-09-23     전국시민의소리
일러스트/ailulu

[시민의소리=사설] 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송편이다.

햅쌀가루를 반죽하고 그 안에 깨와 콩, 팥 같은 소를 넣어 빚은 뒤 솔잎을 깔고 쪄내는 떡이다.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도 송편을 쌀가루 반죽에 팥·콩·깨 등을 넣어 반달 모양으로 빚고 솔잎을 깔아 찐 떡으로 설명하며, 주로 추석 때 빚는다고 밝히고 있다. 

송편이라는 이름에는 소나무 ‘송(松)’자가 들어간다. 떡을 찔 때 솔잎을 깔아 쪘던 조리법과 관련된 이름이다.

뜨거운 시루에서 김이 오르고 솔잎 향이 떡에 스며드는 모습은 오랫동안 우리 명절 풍경의 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송편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추석은 둥근 보름달이 뜨는 명절인데 왜 송편은 둥글지 않고 반달 모양일까.

여기에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가운데 널리 알려진 것이 백제와 신라에 얽힌 이야기다.

백제 말기에 ‘백제는 만월이고 신라는 반달’이라는 취지의 징조가 나타났고, 이를 백제는 쇠하고 신라는 차오를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했다는 전승이다.

실제로 백제 의자왕 때 거북과 관련해 백제의 쇠망과 신라의 흥성을 예언했다는 기록과 전승은 확인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도 의자왕 20년에 궁궐에서 발견된 거북의 등에 백제가 망하고 신라가 흥한다는 뜻의 글귀가 있었다는 내용을 소개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오늘날 송편의 반달 모양이 생겨난 직접적인 역사적 원인이라고 단정할 충분한 근거는 확인하기 어렵다.

역사적 기록과 후대에 전해진 민간의 해석은 구별해야 한다. ‘반달 송편을 먹으면 신라처럼 나라가 흥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문화적 전승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하다.

오히려 송편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농경사회에서 추석이 지녔던 의미다.

한 해 동안 땀 흘려 키운 곡식이 익어가는 때, 사람들은 새로 거둔 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조상에게 감사하고 가족과 이웃이 함께 나누었다.

송편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떡이 아니라 수확에 대한 감사와 가족 공동체의 마음을 담아낸 명절 음식이었다.

송편을 빚는 과정도 그렇다. 혼자 먹을 떡 하나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굳이 온 가족이 둘러앉을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할머니가 반죽을 떼어주고, 어머니가 소를 넣고, 아이들이 제각각 서툰 모양의 송편을 빚었다. 잘생긴 송편도 있었고 터진 송편도 있었다.

그러나 한 시루 안에서는 모두 함께 익었다.

바로 그 모습에 추석의 의미가 있다.

우리는 너무 빨리 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송편도 직접 빚기보다 사 먹는 것이 훨씬 편하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조차 쉽지 않다. 생활 방식이 변한 만큼 명절 문화가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옛 방식을 무조건 지켜야 전통을 계승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송편에 담겨 있던 마음까지 잃어버릴 필요는 없다.

한 해의 결실에 감사하고, 부모를 생각하고, 자녀의 안부를 묻고, 형제와 이웃에게 음식을 나누던 마음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송편이라는 작은 떡이 오랜 세월 우리 식탁에서 사라지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반달은 아직 가득 차지 않은 달이다.

그래서 오히려 내일을 생각하게 한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멀어진 사이는 가까이하고, 어려운 이웃에게는 작은 것이라도 나누자는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은 송편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단정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송편에서 읽어낼 수 있는 의미다.

이번 추석에는 송편 하나를 조금 천천히 바라보았으면 한다.

그 작은 반달 속에는 쌀과 솔잎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수확을 기다렸던 농부의 땀과 가족이 둘러앉았던 기억, 먼저 떠난 이를 생각하는 마음과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소망이 함께 들어 있다.

시대가 변해도 명절이 필요한 까닭은 어쩌면 여기에 있다.

송편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작지 않다. 한 사람이 빚은 반달 하나가 한 시루를 채우듯, 가족과 이웃이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마음들이 모이면 우리 사회도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다.

올 추석, 송편을 먹으며 한 번쯤 생각해 보자.

나는 올해 누구와 감사의 마음을 나누었는가. 그리고 아직 채우지 못한 나의 반달 한쪽에는 무엇을 담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