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밥값부터 줄이는 서민들…명절 할인만으로 민생고 못 푼다
소득 하위 20% 가구 지출의 30.3%가 식비…고소득층은 17.8% 저소득층 식비 증가율 6%대…전체 평균보다 빠르게 치솟아 복지급여에 ‘서민 체감물가’ 반영하고 현금성 지원 문턱 낮춰야
[시민의소리=사살] 물가는 누구에게나 오르지만 고통은 똑같지 않다.
소득이 넉넉한 가구는 외식 횟수나 여행비를 줄이며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형편이 어려운 가구는 이미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고 있어 더 줄일 여지가 없다.
결국 고기와 과일을 덜 사고 병원 방문을 미루며 냉난방까지 참게 된다. 물가 상승이 서민과 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한 이유다.
국가통계포털의 2026년 2분기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전체 가구의 월평균 식비는 89만1천원으로 1년 전보다 3.3% 늘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식비는 월평균 47만3천원으로 6.1% 증가했다.
하위 20~40%인 2분위 가구는 65만7천원으로 6.9%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식비 증가율은 1.8%에 그쳤다.
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분위는 30.3%, 2분위는 27.2%였다. 5분위의 17.8%와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저소득층은 번 돈이 적어서 힘든 데다 그중 더 많은 몫을 먹고사는 데 써야 한다.
쌀과 달걀, 채소처럼 끊을 수 없는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 다른 생활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19대 성수품 18만3천톤을 공급하고 농축수산물 할인에 1천3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서민·취약계층과 청년층에는 지난해보다 네 배 이상 늘어난 4천800억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고, 재난적 의료비 예산도 1천504억원에서 2천334억원으로 확대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는 43조4천억원의 명절자금을 지원한다.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역대 최대’라는 숫자만으로 서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할인행사는 돈을 먼저 지출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상품권 환급도 이용 방법을 모르는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정책금융 역시 빚을 갚기 어려운 사람에게 또 다른 대출을 권하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급한 자금 규모보다 실제로 몇 명이 얼마나 낮은 금리로 지원받았는지 공개해야 한다.
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등 복지급여를 정할 때 전체 평균 물가만 적용하지 말고 저소득층이 많이 소비하는 식료품·주거·의료비 상승을 반영해야 한다.
전통시장 할인과 함께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홀몸노인에게 사용할 수 있는 식품비와 에너지비를 직접 지원하고, 신청하지 못해 탈락하는 사람이 없도록 찾아가는 행정도 강화해야 한다.
민생대책의 성패는 예산 총액이나 할인율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시민의 밥상에 무엇이 남았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명절 며칠 장바구니를 가볍게 해주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서민이 먹는 것부터 줄이지 않아도 되는 일상을 만드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약자의 밥상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민생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다.
소득 하위 20% 가구 지출의 30.3%가 식비…고소득층은 17.8% 저소득층 식비 증가율 6%대…전체 평균보다 빠르게 치솟아 복지급여에 ‘서민 체감물가’ 반영하고 현금성 지원 문턱 낮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