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돋보기] 경찰 ‘실종 암장’에 보수·진보 한목소리… 外

경찰 신뢰·재정통제·사법독립·부동산 세제 집중 청년 주거·공공기관 이전·성과급 갈등·반도체 경쟁력도 주요 의제로

2026-08-24     전국시민의소리

[시민의소리=취재팀] 24일 아침 전국 주요 신문 사설의 가장 큰 공통 관심사는 ‘신뢰’였다.

실종 신고를 받고도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경찰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타에서부터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대응기금을 정부 재량에 맡겨도 되느냐는 우려, 대법원장과 정치권의 충돌이 사법부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경고까지 이어졌다.

1. 경찰 실종사건 허위종결…“개인 일탈 아닌 시스템 문제”

이날 가장 많은 신문이 동시에 다룬 사안은 제주 실종사건 부실 처리였다.

서울신문은 같은 경찰관이 실종사건 두 건을 사실상 ‘암장’했다며 향후 경찰 수사권 확대 상황에서 내부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를 문제 삼았다.

국민일보도 수사 축소에 이어 허위 종결까지 드러났다며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고, 중앙일보는 또 다른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된 점을 들어 ‘셀프 종결’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사람의 생명이 걸린 실종사건조차 허위로 종결했다면 앞으로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역시 결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이런 식으로 사건을 처리해서 시민이 경찰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한겨레는 허위 종결의 전모를 밝히고 제도적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평소 정치·사회 현안을 보는 관점이 다른 신문들이 이날만큼은 거의 한목소리를 냈다.

핵심은 담당 경찰관 한 사람의 일탈 여부를 넘어 실종사건을 한 사람이 마음대로 종결할 수 있었던 수사 관리체계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2. 미래대응기금…“미래투자 필요하지만 정부의 쌈짓돈 돼선 안 돼”

두 번째 핵심 키워드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미래대응기금이었다.

서울신문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와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 등을 통해 조성되는 기금이 청년·산업·지방·교육 분야 투자라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각종 현금성 사업의 재원 창구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미래대응기금이 사실상의 ‘상시 추가경정예산’처럼 운용되지 않도록 제도 설계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겨레 역시 미래 투자를 위한 새로운 재정 방식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국회의 심의와 재정 통제가 약화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매일신문은 통제 없는 정부 곳간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머니투데이는 가장 효과적인 미래 대응 가운데 하나는 결국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공통된 주문은 분명했다.

미래를 위해 돈을 쓰는 데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라는 이름만 붙이면 기존의 예산 심의와 재정 원칙을 우회해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3. 대법원·대법관 제청 갈등…사법부와 정치권 충돌 우려

대법관 후보자 제청 과정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국회 증인 출석 문제도 주요 사설 의제였다.

조선일보는 대법원장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 헌정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동아일보도 현직 대법원장을 국회 현안질의 증인으로 세우는 전례를 만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증인 출석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대법관 제청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대법원이 충돌하는 상황 자체가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양측 모두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국민일보는 한발 더 들어가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비공개로 의견을 조율해 온 이른바 ‘물밑 합의’ 관행 자체를 이번 기회에 투명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들의 시각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분모는 있다. 대법관 인선이 정치권과 사법부의 힘겨루기로 변질돼 사법부 독립과 국민 신뢰를 동시에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4. 부동산 세제…비거주 1주택자 논란에 “정책 원점 점검”

정부의 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 방침이 수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도 도마에 올랐다.

조선일보는 부동산 세제를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도 전체를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경제 역시 당정이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을 두고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정은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직장·교육·돌봄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보유주택에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에 대한 예외 인정 범위를 넓히는 방향을 논의했다.

오늘 사설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집 한 채를 갖고 있느냐보다 실제 생활형태와 보유 목적을 세밀하게 따지지 않은 과세정책은 또 다른 불공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5. 2차 공공기관 이전…지역균형과 국가경쟁력 사이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바라보는 지역신문과 경제신문의 온도차도 흥미롭다.

부산일보는 부산·울산·경남이 개별 유치전에 매달리기보다 공동 대응해 지역통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일보 역시 충청권 정치권과 지방정부가 힘을 모아 공공기관 유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세계일보는 기관을 지역별로 나눠 갖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국가경쟁력을 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경제도 금융·수출 지원기관처럼 산업 생태계와 밀접한 기관을 이전할 경우 단순한 지역 안배뿐 아니라 해당 기관의 기능과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2차 이전의 성패는 ‘몇 개 기관을 어느 지역에 주느냐’가 아니라 이전 이후 지역 산업과 실제로 연결돼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6. 청년 주거…‘고시원 욕조’가 상징한 탁상행정

청년 주거정책을 향한 비판도 거셌다.

서울신문은 좁은 고시원에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정책을 두고 청년이 실제 원하는 주거환경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매일신문 역시 ‘고시원 욕조’와 이른바 ‘폐버스 주택’ 논란을 함께 거론하며 정책을 만드는 사람과 실제 청년의 삶 사이에 큰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도 고시원 건축기준 개정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좁은 방 안에 시설 하나를 더 넣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와 최소한의 공간, 안전과 사생활이 보장되는 주거라는 점을 사설들은 공통적으로 짚었다.

7. 산업·노동…성과급 갈등과 반도체 경쟁 동시에 경고

경제신문들은 기업 경쟁력을 주요 화두로 꺼냈다.

이데일리는 현대차를 비롯한 산업현장에서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이른바 ‘N% 성과급’ 갈등이 파업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현대차 파업에 이어 기아와 조선업계까지 노사 갈등이 번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성과 배분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파이낸셜뉴스가 미국 마이크론의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 움직임을 거론하며 한국 기업들도 현재의 우위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데일리 역시 일본이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규제와 노동제도까지 손보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규제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 경제 사설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다. 호황기에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계속 이익을 만들어낼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8. 여야 정치…김민석 체제와 장동혁 체제 모두 ‘실력’ 시험대

정치권을 향한 사설의 시선은 여야 모두에게 날카로웠다.

경향신문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에서 열린 첫 고위당정협의회를 두고 이제는 정치적 구호보다 민생과 경제 현안에서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대로 중앙일보는 제1야당 대표가 거대 여당을 견제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당내 세력 다툼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역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체제를 두고 강경 지지층 중심의 정치와 당내 권력 집중이 계속된다면 외연 확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에는 ‘국정을 책임질 실력’을, 야당에는 ‘대안을 제시할 견제 능력’을 요구한 셈이다.

8월 24일 사설을 관통하는 단어를 하나 고르라면 ‘통제’다.

경찰에게 수사권을 더 줄수록 내부 통제가 필요하고, 정부에 대규모 미래기금을 맡길수록 국회의 재정 통제가 필요하다.

정치권이 사법부를 견제하더라도 헌법이 정한 권력분립의 선을 넘어서는 안 되고, 부동산 정책 역시 정책 목적만 앞세워 국민의 다양한 삶을 획일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큰 권한을 갖는 이유는 자유롭게 행사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 권한만큼 더 많이 설명하고, 더 엄격하게 검증받으라는 뜻이다.

오늘 여러 신문의 사설이 서로 다른 언어로 던진 질문도 결국 여기에 모인다.

“권한을 가진 사람과 기관을 누가,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

민주주의에서 권력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 권력에 브레이크가 제대로 달려 있느냐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