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돋보기] “당심보다 민심을 보라”…김민석, 새 여당 대표 향한 주문
한미훈련 축소에는 보수·진보 모두 우려 용산공원 주택공급은 ‘공급 필요성’보다 사회적 합의 강조…극한호우·가계빚도 주요 의제로
[시민의소리=사설돋보기] 8월 18일 아침 주요 신문의 사설은 정치적 성향이 달라도 묘하게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
새로 선출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대통령과 당내 강성 지지층보다 국민을 먼저 보라고 주문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에는 한미동맹과 안보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용산공원 주택건설 문제에서는 주택공급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경남 거제·통영을 덮친 극한호우를 계기로 기후재난 대응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1. 김민석|“당심보다 민심을 보라”…새 여당 대표 향한 주문
오늘 가장 많은 신문이 사설로 다룬 인물은 김민석 민주당 신임 대표다.
흥미로운 점은 보수와 진보 성향을 가리지 않고 주문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강성 지지층 아닌 국민 목소리에 귀 열길’이라고 했고 국민일보는 ‘계파 싸움 끝낸 민주당, 이제 민심과 민생을 보라’고 주문했다. 세계일보 역시 ‘민생·민심을 최우선으로 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각각 내부 통합과 민심, 민생 안정을 새 지도부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조선일보 역시 치열했던 전당대회를 뒤로하고 이제는 국민 삶을 챙기는 집권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주문이 나왔다.
중앙일보는 김 대표에게 ‘대통령의 레드팀’ 역할을 요구했고, 한국경제는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지도부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건강한 협력과 견제, 서울경제는 수평적 당청관계를 강조했다.
신문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간단하다.
선거에서 이긴 대표가 아니라 국민에게 책임지는 집권여당 대표가 되라는 것이다.
당내 계파를 통합하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다. 부동산과 물가, 일자리, 가계부채처럼 국민이 실제 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가 김민석 지도부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2. 한미연합훈련|“동맹을 흥정거리로 만들지 말라”…신문가의 가장 큰 안보 우려
김민석 대표 못지않게 많은 사설이 다룬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다.
조선일보는 ‘한미 연합 훈련은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고 중앙일보는 훈련 축소가 북한에만 이익이 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삐걱대는 양국 관계’, 서울경제는 ‘안보 불협화음’, 세계일보는 ‘한·미동맹 경시로 이어져선 곤란’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동아일보는 김정은과 비용 문제 등에 동맹이 밀렸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 한겨레는 훈련 축소 자체를 곧바로 동맹 훼손으로 단정하기보다 한반도 정세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냉정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표현의 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한미연합훈련의 규모와 방식이 바뀔 수는 있어도 한국의 안보가 미국 대통령 개인의 대북 협상 카드처럼 다뤄져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북미대화가 다시 열린다면 그것 역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활용할 기회다. 그러나 대화와 군사적 대비태세는 어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미국과 정확히 무엇을 협의했고 훈련이 실제 어디까지 조정되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이유다.
3. 용산공원|“집은 필요하지만 왜 하필 여기인가”…공급과 공론화의 충돌
용산공원 아파트 건설도 여러 신문이 동시에 주목했다.
서울신문은 주택공급을 서둘러야 하지만 다각적인 공론화가 먼저라고 했고, 이데일리는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성급하게 추진할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신규 주택용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용산공원 일부 활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공원 보존이라는 기존 사회적 합의를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는 8월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회동이 예정돼 있고, 용산공원조성특별법 개정 문제도 맞물려 있어 이번 주가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신문들이 던지는 질문은 ‘아파트를 지을 것이냐 말 것이냐’보다 더 근본적이다.
서울에 집이 부족하다고 해서 오랫동안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던 땅의 용도를 정부가 정책 필요에 따라 바꿔도 되는가 하는 문제다.
주택공급도 중요하고 공원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공급 가구 수, 교통부담, 토양오염 정화, 녹지 감소, 주변 집값에 미칠 영향까지 숫자로 공개한 뒤 시민에게 판단을 구하는 과정이 먼저다.
4. 극한호우|폭염 끝나자 물폭탄…‘이상기후’가 아니라 일상이 된 재난
경향신문은 극한 폭염에 이어 극한 호우가 닥쳤다며 기후재난에 대한 비상한 위기의식을 주문했고 부산일보는 재난 매뉴얼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신문도 거제·통영 피해의 신속하고 철저한 복구를 강조했다.
이번 호우가 무서운 것은 단순히 비가 많이 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제에는 이틀 동안 900㎜가 넘는 비가 내린 곳이 있었고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통영에서도 산사태가 주택을 덮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제 재난대책도 ‘과거에 가장 많이 왔던 비’를 기준으로 만들어서는 부족하다.
배수시설과 하천, 산사태 위험지역, 지하공간 대피체계와 재난문자까지 과거의 평균값이 아니라 앞으로 닥칠 극한 상황을 기준으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
복구비를 얼마나 빨리 지원하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같은 비가 다시 왔을 때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5. 노란봉투법|법 통과 뒤가 더 중요하다…노사 모두 예측할 수 있는 기준 필요
노사관계 역시 오늘 경제지 사설의 주요 의제였다.
중앙일보는 노란봉투법과 메가특구법 등 노사 갈등 현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머니투데이는 모호한 법 규정의 피해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경제 역시 노란봉투법 보완 문제에서 산업 경쟁력과 국익을 강조했다.
법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노사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는 보호해야 하지만 기업 역시 어디까지가 합법적 교섭 대상이고 어디부터 책임을 져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법조문이 모호하면 가장 먼저 늘어나는 것은 노사 간 신뢰가 아니라 소송과 갈등이다.
정부의 역할은 노동계와 기업 어느 한쪽의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만드는 데 있다.
6. 데이터센터·전력|AI 강국 외치면서 전기는 어디서 가져올 것인가
한겨레는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전이 자칫 해외 빅테크 기업을 위한 ‘임대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을 짚었다.
조선일보는 전력과 부동산 문제를 함께 거론하며 국가가 거대한 목표는 내놓으면서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해법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매일신문은 원전 확대를 말하면서도 핵연료 확보가 제대로 준비돼 있는지를 문제 삼았다.
AI 산업 육성, 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확대는 결국 전력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모인다.
기업을 유치해 건물을 세우는 것만으로 AI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기를 어디서 생산하고 어떤 송전망을 통해 공급하며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특히 해외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국내 전력망과 토지를 사용하면서 일자리와 세수, 기술 생태계에는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산업정책은 투자금액보다 국민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7. 가계부채|2000조원 눈앞…집값 잡으려다 빚을 키우는 모순 경계해야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경제 의제는 가계빚이다.
매일경제는 ‘가계빚 2000조 시대’를 경고하며 영끌과 빚투 과열부터 잡아야 한다고 했고 파이낸셜뉴스도 선제적인 부채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할 2분기 가계신용 통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1분기 말 가계신용은 이미 1993조1000억원이었고, 2분기 금융권 가계대출은 21조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정부 정책 사이의 충돌이다.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금융 문턱을 낮추면 다시 대출이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가계부채만 잡겠다며 대출을 지나치게 틀어막으면 현금이 많은 사람에게만 주택시장이 유리해질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총량 하나만 바라보는 규제가 아니다.
투기성 대출과 빚투는 강하게 억제하면서 실수요자의 상환능력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정교한 대출정책이 필요하다.
오늘 신문 사설을 관통하는 말은 결국 하나다.
‘균형’이다.
집권당은 대통령과 협력하되 견제해야 하고, 북미대화를 추진하더라도 안보태세는 지켜야 한다. 집을 공급하되 도시의 미래를 훼손해서는 안 되고, 노동자를 보호하되 산업 현장의 예측 가능성도 확보해야 한다.
정치는 어느 한쪽 구호를 크게 외치는 것보다 서로 충돌하는 가치 사이에서 국민에게 가장 나은 답을 찾아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