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향만리善香萬里⑤》그녀가 닦은 것은 버스 바닥만이 아니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한 한 사람의 43년

2026-08-10     칼럼니스트 이덕보

[시민의소리=칼럼니스트 이덕보] 사람들이 모두 내린 고속버스 안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승객들은 제 갈 길을 갔고, 조금 전까지 사람들로 북적이던 차 안에는 빈 좌석만 남았다.

누가 떨어뜨렸는지 모를 휴지와 페트병, 과자 봉지가 좌석 아래 숨어 있었다.

한 청소노동자가 빗자루를 들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쓰레기가 있었다. 그는 허리를 숙였다.

그래도 닿지 않자 무릎을 꿇었다.

마침내 버스 바닥에 몸을 엎드렸다. 좁은 좌석 밑으로 팔을 깊숙이 넣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 5일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고속버스 기사가 자신의 선배가 목격했다며 전한 장면이었다.

“유독 버스 정리에 진심인 분이 계신다”고 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이야기도 없다.

그저 바닥에 엎드려 남이 버린 쓰레기를 줍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눈길이 머문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내 일이 여기까지인가’를 먼저 따지며 살게 됐다.

조금 더 하면 손해 보는 것 같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은 사실 이런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아침 일찍 쓸어놓은 길을 우리가 걷고, 누군가 닦아놓은 화장실을 사용한다.

누군가 밤새 점검한 전철을 타고 출근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수고 위에서 우리의 평범한 하루가 시작된다.

후속으로 알려진 사연은 더 마음을 붙잡는다. 게시자에 따르면 그는 한 자리에서 무려 43년을 일해 온 노동자였다.

43년.

하루의 성실함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하루가 수십 년 쌓이면 한 사람의 생애가 된다.

선행이라고 하면 흔히 큰돈을 기부하거나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선행은 꼭 거창할 필요가 있을까.

다음 승객이 조금 더 깨끗한 버스를 탈 수 있도록 좌석 밑 페트병 하나를 꺼내는 일.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내 몫을 다하는 일. 그것 역시 다른 사람을 위한 마음이다.

그날 그가 닦은 것은 버스 바닥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진을 바라보던 우리의 마음 한구석, 오래 묵어 있던 먼지도 함께 닦아냈다.

사람이 빛나는 순간은 높은 곳에 섰을 때만이 아니다.
때로는 가장 낮은 곳에 몸을 낮췄을 때 가장 환하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