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돋보기] 보완수사권, 검찰개혁과 범죄 대응 사이의 균형
[시민의소리=취재팀] 2026년 7월 18일 토요일 주요 신문 사설은 검찰 보완수사권, 청소년의 SNS 이용 제한부터 흔들리는 한·미 관계, 개헌, 증시 불안, 소상공인 경기, 기초연금 개편까지 폭넓은 현안을 다뤘다.
분야는 서로 달랐지만 사설들이 던진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했다.
정책의 명분만 앞세우지 말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제도와 신뢰를 먼저 마련하라는 주문이다.
보완수사권, 검찰개혁과 범죄 대응 사이의 균형
한국경제와 조선일보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 여론이 높아진 점에 주목했다.
최근 조사에서 국민의 61%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전면 폐지는 23%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 46%, 폐지 39%로 유지 의견이 근소하게 앞섰다.
이 결과를 검찰개혁 자체에 대한 반대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검찰 조직의 권한보다 수사 공백과 범죄 피해자의 권리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증거나 법리 검토가 부족할 경우 누가 이를 보완할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제한하더라도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을 최소한의 보완 절차는 필요하다는 것이 여론의 요구에 가깝다.
반대로 보완수사권이 사실상 수사 지휘권의 부활이나 별건 수사의 통로가 되어서도 안 된다.
수사기관 개편은 조직 간 권한 다툼이 아니라 국민의 사건이 얼마나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개혁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빈틈을 사전에 메우는 일이다.
청소년 SNS 규제, 전면 금지보다 위험 기능부터 손봐야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는 나란히 청소년 SNS 규제 문제를 다뤘다.
청소년의 과도한 SNS 사용이 수면 장애와 우울·불안, 학습 집중력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최근 호주를 시작으로 캐나다·브라질·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거나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미성년자 계정의 추천 알고리즘, 야간 알림, 자동 재생 등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청소년의 SNS 이용 시간이 하루 2시간을 넘을 경우 이후 우울 증상과 삶의 만족도 저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장기 추적 연구도 발표됐다.
그러나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계정 가입을 전면 금지하면 청소년이 부모 계정이나 허위 생년월일을 이용해 우회할 가능성이 크다. 연령 확인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나 얼굴 정보 같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규제의 초점은 SNS 자체보다 중독성을 높이는 설계에 맞춰야 한다.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심야 알림, 과도한 맞춤형 추천, 유해 콘텐츠 노출을 먼저 제한하고 플랫폼 기업에 위험 평가와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청소년 보호라는 선한 명분도 정교한 기술적·법적 설계가 없으면 감시와 개인정보 침해로 변질될 수 있다.
주미대사 귀국과 NSC 참석, 한·미 간 이상 신호인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주미대사의 일시 귀국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참석을 이례적인 장면으로 해석하며 한·미 관계를 우려했다.
주미대사가 귀국해 NSC에 참석한 것은 흔치 않은 일로, 외교 현장에서 감지되는 긴장과 현안을 정부 수뇌부에 직접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관계는 안보동맹만으로 자동 유지되지 않는다. 방위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의 역할, 대중국 정책, 통상과 반도체 문제 등이 서로 얽혀 있다.
양국의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라 메시지가 엇갈리면 작은 오해가 전략적 불신으로 커질 수 있다.
정부는 ‘동맹은 굳건하다’는 원론적 설명을 반복하기보다 어떤 현안에서 견해차가 있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자주국방과 동맹 강화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다만 전작권이나 주한미군 문제처럼 민감한 사안은 일정과 조건, 한미연합방위태세를 함께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
동맹 관리의 핵심은 공개 발언의 강도가 아니라 물밑 협의의 깊이다. 한·미 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면 숨길 일이 아니고, 단순한 기우라면 구체적인 협의 성과로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개헌 논의, 권력구조보다 정치문화가 먼저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제헌절을 계기로 제기된 개헌 논의를 다뤘다.
1987년 헌법 체제가 39년을 맞으면서 대통령 5년 단임제,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 지방분권, 국민 기본권 등을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나오고 있다.
개헌 필요성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있지만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크다.
정당들이 선거제도와 권력구조를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계산한다면 개헌은 국민을 위한 제도 개혁이 아니라 정치권의 권력 재배분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되 정치인 중심 논의를 넘어 시민사회와 법조계, 지방정부, 청년과 노년층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대통령 임기와 권력구조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지방분권, 기후위기, 디지털 기본권, 인공지능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 같은 새로운 과제도 헌법적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좋은 헌법도 관용과 절제를 잃은 정치가 운영하면 갈등의 도구가 된다.
헌법 개정과 함께 타협하고 승복하는 정치문화의 복원이 병행돼야 한다.
롤러코스피와 레버리지 ETF, 투자자 책임만 물어선 안 돼
한국경제와 한겨레는 증시 변동성과 레버리지 ETF 규제를 지적했다.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면 장기투자자보다 단기 매매와 빚투가 늘고, 손실을 경험한 개인투자자는 다시 해외시장으로 이동한다.
레버리지 ETF는 지수의 하루 등락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장기간 보유하면 복리 효과와 변동성 때문에 기초지수의 단순 배수와 실제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일정 교육을 받게 하거나 진입 요건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투자 위험이 충분히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
상품 이름과 광고에 위험성을 명확히 표시하고, 투자자가 일정 기간 보유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증권사의 과도한 마케팅과 거래 유도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장 탈출’을 막는 근본 대책은 규제 강화가 아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불공정거래 엄벌, 예측 가능한 세제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시장 신뢰가 약한 상태에서 투자자에게 장기투자만 강조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처방이다.
3% 성장 전망과 소상공인의 체감경기 사이
한국경제는 경제성장률 전망이 높아져도 소상공인의 체감경기는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수출과 대기업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내수와 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으면 국민이 느끼는 경기회복은 제한적이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다.
인건비와 임대료, 원재료비, 대출이자,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동시에 커진 구조적 문제다. 일회성 지원금이나 대출 만기 연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경쟁력이 없는 사업의 폐업과 전환을 지원하고, 재취업 교육과 채무 조정, 상가 임대차 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장사가 안되는 가게를 빚으로 연명시키는 정책은 폐업 시점만 늦출 뿐이다.
성장률 숫자가 좋아지는 것과 국민 살림이 나아지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정부 정책은 거시지표뿐 아니라 자영업자의 매출과 가계의 실질소득이 개선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기초연금 개편, 더 가난한 노인에게 더 두텁게
동아일보는 기초연금 지급 기준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주문했다.
현행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월 최대 34만9700원을 지급한다.
각종 공제가 적용되면서 근로소득이 상당하거나 고가 주택을 보유한 노인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기존 수급자의 급여를 갑자기 삭감하기보다 앞으로 늘어나는 재원을 저소득 노인에게 더 배분하는 ‘하후상박’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개편 방향은 타당하지만 재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금소득이 부족한 노인을 배제해서도 안 된다.
집 한 채를 보유했지만 생활비가 부족한 노인과 충분한 금융자산·연금소득이 있는 노인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초연금은 노인 전체에게 주는 수당인지, 빈곤 노인을 위한 공공부조인지 성격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 노인 일자리 사업까지 함께 조정하지 않으면 제도 간 중복과 사각지대가 계속될 것이다.
화장률 94% 시대, 장례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동아일보는 화장 중심으로 바뀐 장례 현실과 여전히 매장 중심에 머물러 있는 제도·시설 간의 괴리를 지적했다.
화장률이 94%에 이르렀다면 장례 정책도 봉안당과 자연장, 산분장 등 다양한 방식에 맞춰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가족이 장기간 묘지를 관리하기 어려워졌고, 높은 장례비용도 부담이다.
화장시설의 지역별 부족과 장거리 이동 문제, 봉안시설의 가격과 관리 안정성도 개선해야 한다.
장례는 산업이기 전에 국민 누구나 경험하는 공공서비스다.
고인의 존엄을 지키면서 유족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환경과 국토 이용을 고려하는 새로운 장례문화가 필요하다.
사설들은 규제와 개혁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SNS를 무조건 차단하거나,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수사 공백을 외면하고, 노인복지를 확대하면서 정작 가장 가난한 노인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하는 정책을 경계했다.
정책은 구호가 아니라 설계다. 외교는 선언이 아니라 신뢰이며, 경제 성장은 통계가 아니라 국민의 생활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개혁의 명분만 강조할수록 국민은 그 정책이 실제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묻게 된다.
좋은 정책은 강한 말에서 나오지 않는다. 부작용을 예상하고, 반대 의견을 듣고, 시행 과정의 빈틈을 메우는 정교함에서 나온다.
2026년 7월 18일 주요 신문 사설이 공통으로 요구한 것도 결국 하나다. 먼저 밀어붙이고 나중에 고치는 정치가 아니라, 충분히 듣고 제대로 설계한 뒤 책임 있게 시행하는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