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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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리남양주 시민의소리
  • 승인 2021.09.2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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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잇길로 걸어가는 모습 보고 사랑한다

                                                               이충재

 

절명의 순간을 염두해 두며

숨죽이듯

물었다

 

이후

 

바람불거나 비 내릴 때

혹은 눈 내리거나 햇살 강하게 내리쬘 때

그 한 사람 뒤퉁수 후려치고 배불릴 때도

꽃 잎 피고질 때

그 사잇길로 걸어가는 모습 보고 사랑한다

고백 남길 그날을 위해

딸에게 속삭였다

 

딸아

아빠가 어떻게 늙어 갈지

잘 보렴

 

성긴 가지마냥 빼빼하거나

가을 풀섶마냥 머리카락 다 빠지고 히어진다해도

대낮에도 사물을 향한 눈동자 희미하거나

 

몸이 흔들려 중심을 잃는다해도

꽃을 사랑하고 쓰러져가는 나무들과 들풀을 보고

여전히 눈물 흘릴 줄 아는

살아있는 감정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될게다

아직 순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심장이 있음을

 

그날

다시 얼굴 마주할 때

오늘처럼 다정하게 말을 건넬 수 있겠니

 

                                                                                                [출처] 그 이후|작성자 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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