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 론 이 야 기 '추억의 옥수수빵'  [이장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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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론 이 야 기 '추억의 옥수수빵'  [이장춘 칼럼]
  • 이장춘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17 13:06
  • 조회수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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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이런 나를 기억하고 계실까? 살아 계시다 면 우리 어머니 연세 일 텐데,
이장춘 칼럼니스트
이장춘 칼럼니스트

[시민의소리=이장춘]오늘 새벽, 아파트 주민 몆 분과 아파트 뒷마당에서 새벽 운동 중에 갑자기 옛날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였다. 

나이가 50대 후반이고 고향이 제천인 박재용씨의 얘기 중 옥수수 죽을 먹었던 초등학교 시절 경험이 나오자 옥수수가 재료인 먹거리에 대해 터져 나오는 얘깃거리는 끝없이 이어지고,

나도 ’국민학교‘(1996년 3월 1일부터 ’초등학교‘라고 불렀다) 1학년때, 당시에는 학교급식으로 손바닥만 하고 약간 타원형인 빵을 급식으로 배급받았다. 

내가 다니던 ’금호국민학교‘에는 미국 원조물자였던 옥수수가루와 우유가루를 섞어서 빵을 굽던 급식시설이 있어서 이를 전교생에게 나누어 줬었던 기억이 난다. 

급식 수량은 터무니없이 적어서 전교생이 배급받기에는 너무나 양이 모자란 관계로 당일 청소분단 에게만 빵을 배급했던 기억이 난다. 

하루는 우리 분단이 청소 당번이었는데 청소를 마치고 빵을 배급 받았는데, 그 당시에도 빽이 있었던 「쟈니」(성은 기억이 나지 않으나 외국에서 살다가 온 것으로 알고 있음)라는 친구가 청소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빵을 받아가서 한 아이가 빵을 못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쟈니」와 한바탕 코피가 터지는 싸움이 벌어지고 선생님의 불편부당한 처사에 항의하고 울었던 생각이 난다.

그러나 이것은 2학년 때의 일이고, 오늘은 1학년 때 있었던 추억을 얘기하고자 한다.

점심시간  김완기 사진집
점심시간 김완기 사진집

때는 여름방학 하던 날이었다. 

당시 방학을 하면 방학 동안 집에서 공부 할 수 있는 방학 책을 나누어 줬던 기억이 난다. 20원인가 30원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집에서 방학 책값을 받아 가지고 가다가 길에서 돈을 잃어버려서 혼자서 끙끙 앓다가 방학하는 날이 다가오고 말았다.

당일 엄마한테 얘기하고 야단을 맞은 후 방학 책값을 다시 받을 수 있었다.

등교하자마자 선생님께 책값을 드리고 방학 책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선생님도 책이 한 권쯤 남을 거라고 예상을 하시고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책은 한 권도 남지 않아서 내가 받을 책은 없었다. 

그때부터 나의 생떼(?)에 선생님께서는 곤욕을 치루게 되었다.

선생님 치맛자락을 붙들고 방학 책을 달라고 졸졸 따라다니고 선생님께서 화장실에 가시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지금 생각하면 당시 담임 이셨던 이영숙 선생님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뿐이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교무실로 나를 데리고 가시더니, 

선생님들이 보시는 좋은 책(당시 300원짜리라고 하신 것 같다)을 내놓으시며 이것으로 공부하라고 하는데도 “싫어요, 저도 방학 책을 주세요.”하며 막무가내로 생떼를 써 댔다. 

나의 생떼에 지치신 선생님께서는 한 아이를 우리 집에 보내서 우리 엄마를 학교로 호출 하셨다.

드디어 엄마가 학교에 오자 빵을 굽던 급식소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그리고는 급식 후 남은 빵 반 통을 주시며 이것을 줄 테니 가지고 가라고 하셨다.

그 고소하고 맛있는 옥수수빵에 넘어간 나는 방학 책은 이미 머릿속에 하나도 없고 오직 맛있는 옥수수빵을 먹을 생각에 가득 차서 엄마하고 둘이서 옥수수빵 통을 들고 집으로 신나게 왔던 기억이 난다.

그 결과 초등학교 1학년 말 통지표(당시에는 오늘날의 성적표를 이렇게 불렀다)에는  ’ ~ ~ 무엇은 좋으나 고집이 센 편입니다 ‘ 라는 통지표를 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그때의 성적표를 볼 때면 당시의 기억이 너무나 선명하고 선생님을 생각하면 너무도 부끄럽고 죄송하고 뵙고 싶은 마음뿐이다. 

선생님은 이런 나를 기억하고 계실까? 살아 계시다 면 우리 어머니 연세 일 텐데,

늦었지만 교육 당국을 통해서라도 뒤늦게나마 찾아 뵙고 싶다. 이영숙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

오늘도 드론 비행을 하면서 아래 펼쳐지는 전경 중 수 많은 사람 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갖고 있을 수많은 이야기 거리가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드론으로 비행을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과 소통을 하려 한다. 

어쩌면 저 사람들 중에 나와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을 사람들이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한 사람 한 사람이 더욱 소중해 지는 것 같다.


E-mail: jcs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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