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을 걷다 [정경진 건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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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공룡능선을 걷다 [정경진 건강칼럼]
  • 정경진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8.05 15:45
  • 조회수 7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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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한의학 박사, 설악산 공룡능선을 걷다
정경진 한의학 박사, 설악산 공룡능선을 걷다

[시민의소리=정경진 건강칼럼] 새벽 4시에 눈이 떠집니다. 온몸이 뻑적지근합니다. 

밖에 나와 보니 하늘에 별이 총총합니다. 새벽에 체조를 좀 하니 몸이 좀 풀립니다. 

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5시에 출발합니다. 공룡능선을 함께 하기로 한 분들은 게으름을 펴고 있어서 먼저 출발합니다. 

아직 캄캄한 밤이지만 손전등 불빛이 길을 인도해 줍니다..

공룡능선은 남한 제일의 명승지로서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고 있어서 차근차근 걸어보려고 합니다.

 신선대에서 시작합니다. 공룡능선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설악산 일출도 볼 수 있습니다. 

신선대도 바람 맛 집입니다.. 땀이 비 오듯 흘리다가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면 기분이 너무 좋아집니다. 역시 바람은 습기를 이깁니다. 

남한의 금강산에 비할 소냐 한국의 장가계가 안성맞춤일지는 모르겠으나 찬찬히 걸은 공룡능선은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1275봉. 킹콩바위. 거인바위. 큰새봉. 나한봉까지 1,200미터의 준봉들을 오르고 내려오면서 보는 경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다만 5km의 거리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 자들에게만 허락된 영역인 게 흠이기도 합니다.

5시간 걸려 10시에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이젠 하산할 일만 남았습니다.

오세암에 들리면 44 암자 산행은 막을 내립니다.

5살에 득도했다는 뜻에서 암자를 오세암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유명한 만화영화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오세암에서도 역시 미역국으로 점심을 대신합니다. 

공양한 분들 덕분에 맛난 음식을 먹습니다. 오세암 약수를 받아 천천히 하산합니다. 하산하는 동안은 구름보다 햇빛이 반겨줍니다. 

조금만 오르고 내리면 땀이 한 바가지 솟아내고 산마루에 앉아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애인처럼 안겨줍니다. 

설악은 이렇게 여름에도 두 팔 벌려 반겨주고 있습니다.

오세암에서 한 분과 동행합니다. 

어젯밤 6시에 서북능선 산행을 밤새도록 하고 잠 한숨 안 자고 오세암까지 왔다고 합니다. 그 악명 높은 서북능선을 홀로 밤에 산행한 강심장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제가 좀 그렇게 산행하지 말라고 채근하니 암이 전이되어 다음 달에 수술해야 한다는 다소 우울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다시는 산에 못 올 것 같다고 하면서 말이죠. 

자유를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두려움을 피하는 방법을 아직 체득하지 못했나 봅니다. 

신이시여! “동행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라는” 기도를 드리고 바람 잘 들어오는 모퉁이에서 먼저 가라고 쉬어간다.

오후 2시쯤 백담사에 도착합니다. 

백담사 버스를 타기 전 경내를 두루 살펴봅니다. 

일제 치하에선 한용운이, 권위주의 하에서는 전두환이 묵었던 역사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2,500원을 주고 버스를 탔습니다. 

이제 보니 백담사가 정말로 오지 중에 오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버스가 다니기 망정이지 약 2시간을 걸어 올라가야 백담사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버스를 타고 15분이면 당도합니다.

설악산의 큰 품속에 들어갔다 잘 왔습니다. 

따뜻하고 안전하게 받아준 설악산에 감사한 마음으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설악산은 그동안 잘 있습니다.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정경진 한의학 박사 프로필

웰리스플랫폼 (주)피우지 대표이사

전주 신흥고등학교 졸업
익산 원광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한의학 박사)
전 경기도 한의사회장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총동문회장
(가칭)국민건강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칼럼 : 정경진의 정문일침(頂門一鍼)
칼럼 : 정경진의 아차산 편지

저서 : 한의사, 세상을 구하다
         복부비만 한의사의 아침운동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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