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맨 '정원준' [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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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맨 '정원준' [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 송재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0 09:22
  • 조회수 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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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준 PD는 그 이야기들을 모아 구리시민들이 함께 행복하고 잘 사는 콘텐츠로 묶어내고자 해
송재욱 칼럼니스트
송재욱 칼럼니스트

[시민의소리=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라디오가 보인다? 듣기만 했던 라디오가 언젠가부터 ‘보이는 라디오’로 청취자들과 만나고 목소리뿐만 아니라 생생한 볼거리도 전달한다. 

디오 방송국들도 앞 다퉈 실시간 시각매체로 전환했다. 구리시의 중심가인 구리전통시장 한복판에도 이 ‘보이는 라디오’가 자리를 잡고 있다.   
 
낮에는 장보러 나온 시민들과 먹거리를 찾는 중고등학생, 밤에는 인근 각지에서 몰려오는 청년들로 북적이는 구리시의 명물 구리전통시장. 

사람과 물건이 넘치고 이야기가 넘치는 곳. 

여기에 사람 사는 풍경을 담아내고 음악과 함께 이야기를 흘려보내는 곳 ‘보이는 라디오’의 마에스터 정원준 PD가 있다. 

시민 DJ의 수다 방송, 정겨운 음악과 함께 ‘보이는 라디오’ 유리창 너머로 그의 상징과도 같은 녹색 페도라 모자가 멋을 더한다. 

2013년부터 ‘보이는 라디오’로 구리시민들과 만나는 정원준. 

정원준 PD              사진=구리전통시장 ICT 보이는 라디오 블로그 캡처
정원준 PD 사진=구리전통시장 ICT 보이는 라디오 블로그 캡처

는 구리시가 좁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구리시가 남양주나 인근 수도권 도시에 비해 면적도 크지 않고 인구도 적어 개발도 잘 안되고 새로운 상권형성도 쉽지 않아 발전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참고로 구리시는 우리나라 시·군 중 가장 면적이 작은 도시로 33.3km2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떤 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 핵심은 이야기와 공동체다. 사람이 붐비는 곳엔 그 사람들 숫자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다. 

1인 미디어가 주도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선 이야기의 전파 속도가 더 빨라진다. 

작은 규모의 공동체일수록 그 전파 속도가 빠르고 공동체 구성원들 자신의 이야기일수록 더욱 친숙한 콘텐츠로 매력을 끈다.    

디오맨 정원준은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시장상인과 손님들, 시민과 시민 사이에 소통의 통로를 마련하고자 했다. 

음악이나 DJ들이 전하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즐기며 또 서로에게 그 이야기를 소재로 마음을 열기를 원했다.

지난 6년간 정원준과 시민 DJ, 구리시장 상인들이 함께 만들어 온 구리 라디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며 그가 어떤 행복을 함께 만들어 왔는지, 또 어떤 행복이 우리 구리시민들 앞에 놓여 질 것인지 기대를 가져보자. 

구리시장 ‘보이는 라디오’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따라 2013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며 시작됐다. 

당시에도 인터넷(ICT)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접목하는 사업들이 화두였다. 

사업단은 라디오를 해보자고 결정하였고 우리 지역에 이를 이끌어 줄 전문가를 찾은 끝에 라디오 PD 출신의 정원준씨를 영입했다. 

4개월여의 준비와 시민 DJ 교육과정을 거쳐 그해 연말에 ‘보이는 라디오’가 시작되었다. 

사진= SBS CNBC 뉴스 캡처
사진= SBS CNBC 뉴스 캡처

원준은 원고 쓰기, 말하는 방법, 코너 편성 등 DJ가 되기 위한 기본교육을 직접 도맡아 했고 상인 3명, 일반 시민 3명, 다문화 가족 3명 등 총 9명의 시민DJ와 함께 방송을 시작했다. 구리시장 주변 1.5km 반경에 스피커 70개와 대형 모니터도 설치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3~4개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시장 상인들과의 인터뷰, 영화 이야기, 구리시의 다양한 단체 소개 등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40여명의 시민 DJ가 배출되었다. 

불꽃머리 개그맨 박생환 씨 등 전문 MC와 아나운서 지망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평범하지만 입심 좋은 구리 시민들이었다. 

아이돌 노래를 많이 틀었던 당시 초등학교 6학년 허성민 군은 학교를 마치면 어김없이 시장으로 달려와 방송을 준비했다. 

다른 지역의 공동체 라디오는 길어봐야 1~2년을 버티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6년이나 한 결 같이 지속되어 온 구리 라디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원준 PD는 전문가의 관리와 교육이 핵심이라 꼽는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녹음실, 스피커 등 시설만 설치하고는 할 일을 다 했다며 뒷짐을 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프로그램 개발과 DJ에 대한 교육 등 콘텐츠 제작에는 소홀한 실정이다. 

사진=구리전통시장 ICT 보이는 라디오 블로그 캡처
사진=구리전통시장 ICT 보이는 라디오 블로그 캡처

예전에 방송 좀 해봤다며 자신만만하게 지원했던 시민DJ들도 정작 방송에 들어가면 준비했던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기 일쑤였고 상인들도 갈피를 못 잡는 DJ의 어설픈 방송진행 실력을 타박하기도 했다. 

결국은 꾸준한 연습과 전문적인 손길이 이야기의 힘을 끌어내고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청취자들의 취향과 반응도 면밀히 짚어보고 새로운 관심을 유도했다.  

보이는 라디오 방송 초기에는 상인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고 한다.

 “아니 정부와 구리시가 시장 활성화에 쓰라고 준 돈을 왜 홍보에 도움도 안 되는 라디오에 쓰나”라며 핀잔하기 일쑤였고 시끄럽다는 트집을 잡아 방해하기까지 했다. 

PD를 비롯한 시민DJ들은 상인들께 깍듯이 인사를 건네며 오늘 방송이 어땠는지 청취자 반응도 꾸준히 살폈다. 

1년쯤 지나니 상인 분들로부터 신청곡도 많이 들어오고 시민들의 관심도 커져갔다.   

유투브 방송을 비롯한 1인 미디어 시대에 ‘보이는 라디오’는 그간 볼 수 없었던 시민과의 색다른 소통의 장을 마련하였다. 

구리시장 입구에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었고 무대 뒤편 방송실 창은 지나가는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었다. 

볼 수 있고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시장 상인과 시민들을 사로잡은 또 다른 매력 포인트였다.  

‘세상의 모든 방송’(MBC) 등 지상파를 비롯한 각종 방송에 100회 이상 출연하며 라디오뿐만 아니라 구리전통시장도 더불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다문화 DJ분들은 TV출연 섭외가 끊이지 않는다. 

다른 시민 DJ들도 워낙 지역에서 잘 알려진 입담가여서 하루가 다르게 입소문이 퍼져갔다. 

잘 제작된 방송들은 유투브에서 조회수가 꽤 높은 인기 콘텐츠로 변모하고 이젠 유치원 아이들도 시장에 견학을 오면 보이는 라디오를 꼭 들릴 정도로 인기다.

리 지역사회가 좁기 때문에 그만큼 소문이 빨리 퍼진다는 정원준 PD는 사업 콘텐츠가 아무리 좋다 해도 홍보가 안 돼 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구리와 같은 규모의 공동체에서는 콘텐츠만 좋다면 소문이 금방 나서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라디오맨은 구리전통시장뿐만 아니라 구리시라는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서울 마포구의 ‘마포 공동체 라디오’처럼 단독 주파수를 가지고 구리시 전역에 방송되는 라디오를 꿈꾼다. 

구리 시장에 한정되지 않고 보다 많은 구리시민이 들을 수 있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가 이제껏 해온 시민 DJ 교육과 체계적인 관리를 구리시와 같은 보다 넓은 규모의 공동체에 접목한다면 훨씬 풍성한 콘텐츠들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구리시민 행복 만들기를 위한 정원준의 아이디어는 방송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구리의 명동이라 불리는 전통시장 주변을 비롯한 돌다리사거리 일대를 서울의 홍대처럼 상권을 활성화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있다. 

의 말처럼 좁은 골목, 좁은 지역이라는 특수한 상권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버스킹 무대도 가능할 것이고 핸드메이드, 재활용 제품 등 점점 진화하는 다양한 벼룩시장(Flee market)을 여는 등 기획력과 전문성을 갖춘 관리 인력들이 뒷받침 된다면 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장자 못, 이문안 호수, 한강시민공원 등 구리시에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소규모 공연장들이 여럿 있다. 

다양한 단체나 연령층의 시민들의 공연을 상설화해 언제나 자유롭게 무대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1인 미디어 등을 통해 전파한다면 소통하는 즐거움이 배가 되고 문화시민의 자긍심도 높아질 것이라 내다봤다. 

그의 추진력에 더해 구리시와 시민들이 함께 공감대를 확산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마지막으로 라디오맨 정원준은 방송과 지역사회가 만나면 보다 다양한 지역봉사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SBS CNBC 뉴스 캡처
사진=SBS CNBC 뉴스 캡처

려운 분들, 소외된 분들을 돕는 봉사활동이 보다 빠르게 알려질 수 있고 보다 많은 분들이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한다.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도 활성화될 수 있다. 

또 어린이들이 자신과 지역사회를 위해 일찍부터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계기도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구리시민 한분 한분은 각자 자신만의 경험과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산다. 

1인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시민들은 언제든 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고 관심과 인기를 끌고자 원한다. 

원준 PD는 그 이야기들을 모아 구리시민들이 함께 행복하고 잘 사는 콘텐츠로 묶어내고자 한다.

나는 ‘보이는 라디오’를 만들어 낸 실력과 끈기 그리고 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라면 구리시민들이 함께 열어갈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송재욱 칼럼니스트 프로필

자유한국당 부대변인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 정치학과 석사

저서 : 송재욱이 만난 구리사람 - 구리구인(九里九人)의 행복이야기

        자스민과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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