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할 말은 하고 살자! [정경진의 정문일침1(頂門一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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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냐! 나도 아프다. 할 말은 하고 살자! [정경진의 정문일침1(頂門一針)]
  • 정경진
  • 승인 2019.09.01 13:13
  • 조회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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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의 동네방네이야기
정경진 한의원장
정경진 한의원장

서울에서 환자가 찾아왔다. 소문 듣고 왔단다. 무슨 소문이냐 물어보니 용하다 한다.

피식 웃으며 어디가 불편한지 여쭙는다. 아픈 부위와 증상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하신다.

그러면서 큰 병원 치료 경험담까지 이야기하시며 말이다. 말인즉슨 귀가 안 좋아서 어지럽고 머리가 아픈 증상이다. 귀도 약간 먹먹하시다 하면서요.

진맥을 해보니 심장이 약하다. 심장 맥은 크며 위로 떠올라야 하는 데 오히려 가라않아 잘 안 잡힌다.

맥을 보는 동안 환자분이 맥이 약하죠?” 하시면서 기력이 없다 생각해서 본원에 내원 하셨다고한다. 진찰 상 심장이 억울해서 온 병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문진을 해보니 시어머니를 7년간 모시고 살았노라고 하신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서 스트레스가 쌓인 병이구나! 라고 이야기해주시고 약 처방을 했다.

같이 오신 지인분과 차 한 잔을 했다.

못다 한 이야기를 하려는데 환자분은 한사코 바쁘신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신다.

심장이 울적해서 병이 왔으니 심장을 풀어주려고 차 한 잔을 청했는데 한사코 진료에 바쁘신 분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신다.

같이 오신 지인도 오랜만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겨우 차집에 가게 되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7년을 모셨으니 시어머님이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꺼내자 아이고 무슨 말씀을 그리 하냐며 나를 타박하신다.

이윽고 이야기가 꽃을 피우며 무르익어갈 무렵 7남매 막내인 남편과 자기가 시어머님을 모시는데 다른 이들은 한 달에 10만원씩 내다가 올해부터는 막내도 내라는 말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듣고 보니 막내 내외분이 착하다. 전통적인 효 사상에 입각하여 힘들 매도 참고 내면에서 올라오는 부아를 참다보니 화가 되어 머리위로 치솟은 소치이다.

매사에 우리의 스트레스는 나의 반응에 대한 결과이다.

시어머니를 돈 없어도 즐겁고 행복하게 모실수도 있고 상황이 안 좋은 상황 하에서 참는 게 미덕이라는 생각으로 가슴에서 솟구치는 화를 참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어떤 상황을 내가 어떤 프리즘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반응은 제각각이다.

이 환자분은 할 말을 제대로 못해서 병이 된 것이다.

심장은 원래 하고 싶은 데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니 맥이 가라앉아 있는 것이다. 환자분이 어떻게 할 말을 하고 살수 있냐고 항변한다.

할 말은 해야 한다. 아니 할 수 없는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다.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정치이다. 정치를 거세한 집안이나 사회는 건강치 못하다.

할 말은 한다고 해도 자기 말만 하는 사회도 병든 사회이다.

이 환자의 집안은 말이 독점되어 있었고 말이 거세된 환자로 인하여 병이 든 것이다.

진정 건강한 사회를 원한다면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말이 독점되어서는 아니 된다.

아무 검열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어느 특정인이 말을 독점하지 않는 세상이 건강한 사회이다.

나의 심장이 오그라들지 말자. 할 말은 하고 살자. 담벼락에도, 메모장이나 일기장에라도 글을 써야만 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사람이므로 말이다.

그 환자분은 아무래도 어릴 때 커오면서 말대꾸를 하지 못하는 사회나 말을 함부로 못하는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사부작사부작 스며든 오래된 습관의 연속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러분은 용기와 배짱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불안과 두려움을 선택할 것인지? 스스로 자문해보자.

어떤 일을 하거나 생각할 때 불안한지 아니면 두려운 마음이 우선인지 자문해보자.

만약 불안과 두려움이 든다면 익숙한 오래된 습관과의 처절한 자기 싸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20세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부디 자기와의 익숙한 습관과 싸움을 시작해보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경진 한의원장

전주 신흥고등학교 졸업

익산 원광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한의학 박사)

전 경기도 한의사회장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총동문회장

 

 

저서 - 한의사 세상을 하다. 복부비만 한의사의 아침운동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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