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수행하듯 그려내는 얼굴들…발달장애 화가 한부열의 천재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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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언수행하듯 그려내는 얼굴들…발달장애 화가 한부열의 천재적 작품
  • 설악투데이
  • 승인 2022.07.29 11:09
  • 조회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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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훤칠한 청년이다. 얼굴색도 도시형의 창백한 모습이고 콧날이 영화배우같다.별로 말이 없어 왜 그런가 했더니 어머니가 대답해 준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고.한부열 화가.화가라는 인상보다는 곱게 자란 부잣집 아들 같은데 그가 발달장애 화가라는데 조금 놀랐다. 한부열씨는 몇 개의 단어만 가능하다. 어머니가 대신 대화를 이어주었다.

남편 생일이어서 어디 바람쐬러 가자고 나섰다가 내친김에 보광사 스님 뵈러 가자고 해서 속초에 도착했다.이들 가족은 한몸처럼 움직인다.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남편이 귀국했다가 돌아가야 하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중국 입국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모처럼 가족나들이가 되었다.

장애인을 둔 어머니들이 그렇듯이 엄마의 표현 하나 하나에는 울림이 있고 절제가 있다. 발달 장애 아들이 올해 39살이라고 하니 평생을 뒷바라지 한 셈이다.

그 속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흉내 내기 어려운 일이리라. 어머니가 부열이의 그림 이야기로 대화를 전환하는 그 마음의 갈피에 동참하고 싶었고 우리는 교암리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쥬스잔에 입을 대는 한부열의 모습을 물끄러니 보았다.맑은 물에 천진난만한 아이가 입술을 적시는 듯 했다.한부열은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다.

누가봐도 잘 그린다. 이번 국전에서 입상을 했다.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이 이런 재능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고 그래서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부열이는 남양주에 독립 갤러리를 갖고 있다. 어머니가 억척스럽게 마련한 공간이다. 발달장애 아들의 재능을 발견한 후속조치라 할수 있는데 그것 역시 장애아를 안고 있는 모성의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겨진다.작년11월에 ‘비상’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여는등 여러차례 개인전도 가졌다.

원래 부열이네 가족은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중국 청도에서 함께 살았다. 그런데 부열이가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 어머니는 아들의 장래를 열어주기 위해 10여년전 부열이와 함께 귀국했다.

이때부터 남편은 딸과 엄마는 아들과 기러기 가족으로 지내고 있다.“부열이가 손금이 닳도록 그림을 그렸어요. 말도 없으니 그냥 그림에만 몰두 하는 모습이 마치 신들린 듯 보일 정도였으니요. 그게 부일이가 가장 잘 할수 있는 대화라고 여겼고 그래서 저도 함께 했죠.”

부열이의 재능이 주목받기 시작한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머니가 휴대폰에 저장한 그림 몇점을 보여줬다.동심이 정수리를 치는 듯했다. 맑은 영혼이 색채나 구도 전편을 휘감는 듯 했다.

그의 그림에는 얼굴이 많이 등장한다. 코믹하게 그린듯 하지만 형상의 내면이 드러나 보이고 표정이 있다. 어둡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다.우스꽝 스러운 표정도 있지만 천진난만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선의 가느다란 흐름이 주는 묘한 느낌이 마음을 두드린다.탁한 마음으로 그릴 수 없는  그림들이다.그는 침묵으로 세상의 얼굴들을 보고 있는 셈이다.

마치 천재성을 발휘하는 듯한 색감과 스캐치는 한부열의 그림세계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심연을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이런 작품성을 인정받아 포스코 달력에 그의 그림이 채택되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그림을 제작하다보니 전시할 공간의 필요성도 느끼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통근 투자를 해서 남양주에 갤러리와 작업공간을 마련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부연 설명을 했다.“ 부열이의 작업이 가족 전체의 일이죠. 이날 이때까지 바늘과 실처럼 같이했는데 언제까지…” 말을 흐리는 어머니의 문장의 끝을 유추하면 먼 훗날 아들에 대한 걱정도 있는 것이다. 그게 부모 아닌가.

부열이는 카페에서 해변으로 나가 한참을 놀았다. 바다에 앉아서 모래 놀이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의 그림을 현실에서 마주하는 듯했다.

그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림으로 말하고 있다. 전하고 있다. 결핍을 그리움을 사랑을….어색한 몸짓이지만 그는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부열이처럼 장애를 겪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많았으면 해요. 발달장애는 40살이면 고령이라고 하더라구요.이제 원로화가가 된다고 하니요.서둘러서 체계화 하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교암바다의 파도소리와 모래소리가 화가 한부열의 영혼에 어떻게 도착했는지 행여 그의 다음 작품에 등장할지 은근히 기대가 된다.

묵언수행하듯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부열의 미술세계는 선의 경지같기도하고 심해의 동화세계 같기도 하다.가톨릭신자 집안이지만 부열이가 절집에 가면 더욱 신나 한다고 하니 말이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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