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행사장을 숙연하게 한 ... 참전용사 외손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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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행사장을 숙연하게 한 ... 참전용사 외손자의 편지
  • 신형
  • 승인 2022.06.29 17:15
  • 조회수 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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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우 참전용사의 외손자 황현규 군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
72주년 6.25 전쟁 기념식...구리시청 대강당
72주년 6.25 전쟁 기념식...구리시청 대강당 참전용사가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시민의소리=디지털뉴스팀] 흔히 민족의 상잔이라 부르는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2년을 맞이했다. 대한민국 지자체에서는 나름대로 이를 기리는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구리시도 시청 대강당에서 기념행사를 펼쳤다.

 

연로한 참전용사들이 군복과 양복에 훈장의 일부분인 소수, 부장, 약장을 붙이고 의연히 행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72주년 6.25전쟁 기념식(구리시청 대강당) ... 외할어버지와 참전용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읽는 황현규 청년.
72주년 6.25전쟁 기념식(구리시청 대강당) ... 외할어버지와 참전용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읽는 황현규 청년.

 

 

대회사 축사가 이어지고 한 청년이 무대에 오른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차분히 편지를 읽는다.

 

이 청년은 19세에 6.25에 참전한 이광우 예비역 소령(90)의 외손자 황현규이다. 매년 6.25를 맞이하면 어머니로부터 외할아버지의 무용담을 듣곤 했다. 올해 현규는 모처럼 편지글을 써 이날 발표를 한 것이다.

 

 

72주년 6.25전쟁 기념(구리시청 대강당) ...
72주년 6.25전쟁 기념(구리시청 대강당) ...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 미색바지 입으신 분이 황현규 군의 외할아버지다. 

 

 

장내는 숙연했다. 함께한 부모들은 자랑스러운 아버지와 기특한 아들을 연실 바라보며 눈물을 훔친다.

 

현규는 얼마 전 할아버지 딸, 제 어머니가 할아버지께서 지금 저보다 훨씬 어린 나이 19세이었을 때 겪으셨던 6.25 전쟁 당시를 회고하면서 적으셨던 수기들을 주셔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포의 화염 속을 누비며 중공군에 포로로 잡혀가던 중 필사적으로 탈출했던 이야기, 할아버지와 함께 참호 속에 있던 병사가 적의 포탄에 매몰되어 생사의 갈림길을 달리했던 ... 가슴 아픈 사연 등 그렇게 많은 고생과 고통 속에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신 정말 많은 6.25 참전 장병분들이 있으셨다.”라는 글에 참전용사들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전쟁터로 나간 듯했다.

 

외할아버지의 또한 손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가는 눈물 반, 웃음 반이었다.

 

이 청년의 편지 한 통이 주는 의미는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말해 주는 대목이다. 행사를 치르진 5일이 지났지만, 이 청년의 편지를 소개한다.

 

72주년 6.25기년식(구리시청 대강당) ... 황현규 군의 편지에 숙여해진 참전용사들
72주년 6.25기년식(구리시청 대강당) ... 황현규 군의 편지에 숙여해진 참전용사들

 

 

외/할/아/버/지/에/게/드/리/는/편/지

 

6.25 참전용사이신 자랑스러우신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외손주 현규예요. 편지 자체를 정말 오랜만에 쓰는 것 같은데 정말 의미 있고 좋은 기회로 할아버지께 편지를 써 드릴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는데 할아버지 건강은 괜찮으신지요.

 

이렇게 무더위가 시작될 때면 항상 방학이나 휴가로 바다, 혹은 경치 좋은 곳에 놀러 갈 생각 등으로 많이 설레곤 해요.

 

하지만, 그 무렵엔 항상 625일이라는 날짜가 있어요. 얼마 전 할아버지 딸, 제 어머니가 할아버지께서 지금 저보다 훨씬 어린 나이 19세이었을 때 겪으셨던 6.25 전쟁 당시를 회고하면서 적으셨던 수기들을 주셔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생생한 상황 묘사와 전우들에 대한 심정 등 진짜 살아있는 역사책을 보면서 이제껏 학창시절 역사 과목을 점수 맞아야 하는, 답만 찍었던 과목으로만 생각하면서 가벼이 넘겼던 시간, 그리고 역사 관련 프로그램에서 흥미롭게만 보았던 6.25에 대한 저의 생각들을 정말 너무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포의 화염 속을 누비며 중공군에 포로로 잡혀가던 중 필사적으로 탈출했던 이야기, 할아버지와 함께 참호 속에 있던 병사가 적의 포탄에 매몰되어 생사의 갈림길을 달리했던, 가슴 아픈 사연 등 그렇게 많은 고생과 고통 속에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신 정말 많은 6.25 참전 장병분들이 있으셨고, 그중에 너무 많은 분이 희생되었고 또 그분들이 묻힌 땅을 밟고 정말 많은 분이 노력하셨기에 현재 제가 평화롭게 생활하고 있는 것이겠죠.

 

그중에서도 할아버지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정말 많은 분의 희생을 직접 눈으로 보았고, 70년 넘게 마음에 담아지고 살아오셨을 텐데 정말 저는 그 심정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건 할아버지와 함께 정말 많은 고생을 하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또 그날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6.25 한국전쟁에서 희생하신 참전용사들의 추모와 경의를 진심으로 표합니다.

 

그분들을 기리며 저는 현재의 자리에서 국가와 사회,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또 이웃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내겠습니다.

 

할아버지 육신에 전쟁의 파편 조각들이 여기저기 박혀 검게 변한 피부를 볼 때 막연히 무섭다고 느껴졌는데 이제 제가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어보니 할아버지께서 전쟁에서 얻은 흔적이 죄송스러움과 감사함으로 느껴집니다.

 

할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6.25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땅 위에서 살아가는 동안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할아버지 사랑합니다. 건강히 지내십시오.

 

2022625

할아버지의 외손자 황현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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