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6.25 전적지들…현장 보며 '호국 정신'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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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6.25 전적지들…현장 보며 '호국 정신' 새기다
  • 노컷뉴스
  • 승인 2022.06.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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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국방부 출입기자단, 호국보훈의 달 맞아 공군 전투기 탑승해 전적지 초계비행
대구→포항·울산→부산·거제도→합천→세종→평택→월미도→강릉
세종 상공에서 미군 전투기들도 합류, 연합 초계비행 펼쳐
"적 도발하면 압도적인 힘으로 단호히 제압하겠다"

대구에 있는 공군 11전투비행단 기지에서 이륙한 F-15K 편대는 포항과 울산을 거쳐 부산 거제도, 합천 해인사, 세종, 평택, 인천 월미도를 거쳐 강릉까지 가는 길의 여러 전적지 위를 날았다. 세종 상공에서 미 공군 F-16 전투기들까지 합류하자, 한미가 함께 북한 침략에 맞서 싸웠던 6.25 전쟁 당시가 떠오르는 듯했다.

공군은 지난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6.25 전쟁 당시 전적지들과 산업현장 상공을 초계비행하는 '한국군 단독 및 한미 연합 초계비행'을 통해 호국 선열들을 기리고 한미연합 공군의 영공방위 대비태세를 확인했다.

특히 이번 비행에는 미리 비행환경적응훈련을 통과한 국방부 출입기자 4명도 직접 F-15K 전투기 후방석에 동승했다. 비행 첫날인 20일에는 11전투비행단장 김태욱 준장도 동승해 편대비행을 지휘했다.

대구기지는 우리 군 역사에서 뜻깊은 의미를 지닌 장소로, 한국전쟁 당시였던 1950년 7월 3일 우리 공군이 미 공군의 F-51 머스탱 전투기 10대를 처음 들여와 역사적인 출격을 한 장소다. 이들 조종사 10명은 전쟁 발발 다음날인 6월 26일 주일미군기지에 파견돼 일주일 동안 급히 훈련을 받은 뒤 F-51을 타고 대구기지에 복귀했다.

이날 첫 출격에서 우리 공군은 영등포~수원 도로로 남하 중인 북한군 전차와 병력을 공격하는 일을 시작으로 임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안양 일대에서 저고도 대지공격을 펼치던 도중 이근석 대령이 전사해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포항 영일만 상공을 날고 있는 F-15K 편대. 공군 제공
포항 영일만 상공을 날고 있는 F-15K 편대. 공군 제공
전투기는 대구 기지를 떠난 지 약 6분만에 포항 상공에 진입했다. 포항은 전쟁 초 낙동강 일대까지 전선이 밀려난 상황에서 8월 11~31일 '포항지구전투'가 벌어진 지역이다. 당시 포항지구 학도병들과 육군 3사단 등이 함께 북한군의 남하에 맞서 방어전을 펼쳤다. 특히 학도병들은 자발적으로 2개 소대를 편성해 8월 11일 새벽 4시부터 11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71명 학도병 가운데 47명이 전사하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희생 덕분에 북한군의 포항 시내 진출을 지연시킬 수 있었고 이어 유엔군의 함포사격 등 지원을 받은 끝에 8월 18일 서울을 탈환할 수 있었다.

거제도 상공을 비행하는 F-15K 편대. 공군 제공
거제도 상공을 비행하는 F-15K 편대. 공군 제공
오후 3시 20분쯤 부산 상공에 들어선 F-15K 편대는 부산항을 지나 포로수용소가 있었던 거제도 상공으로 진입했다. 거제도수용소는 전쟁 중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 약 17만명을 수용했던 시설로, 포로들도 반공-친공으로 나뉘어 내부 항쟁을 벌이다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후 반공포로들은 우리 측으로 귀순조치 됐고, 친공포로들은 북한으로 송환됐다.

현재 수용소는 일부 유적들만 남아 있지만, 이념으로 갈라진 전쟁이 부른 참혹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다시금 떠올랐다.

해인사 상공을 비행하는 F-15K 편대. 공군 제공
해인사 상공을 비행하는 F-15K 편대. 공군 제공
편대는 오후 3시 35분쯤 경남 합천 일대에 들어섰다. 특히 유네스코로부터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 등 가야산 위를 날았다.

해인사는 전쟁 중 없어질 뻔한 적이 있다. 1951년 8월 군 지휘부가 '가야산에 숨은 인민군 900명을 소탕하기 위한 폭격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폭격 지점이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기수를 돌렸다. 덕분에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은 온전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우리 공군 F-15K 편대와 미 공군 F-16 편대가 평택 상공에서 한미연합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우리 공군 F-15K 편대와 미 공군 F-16 편대가 평택 상공에서 한미연합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곧이어 향한 세종시에서는 미군 F-16 전투기 4대가 합류해 한미연합 초계비행을 실시했다. 미군 전투기들은 우리 공군 편대와 불과 수십~100m 이내의 간격으로 다가와 팀워크를 과시했다. 102비행대대 1비행대장 강요한 소령은 "대한민국 국군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적이 도발하면 압도적인 힘으로 단호하게 제압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후 4시 2분쯤 편대는 평택에 들어섰다. 이 곳은 한국전쟁 당시 스미스 중령이 지휘하던 미군 파견부대가 북한군과 맞선 첫 교전인 '죽미령 전투'를 벌인 지역이다. 이 곳에서 미군 편대는 연합 초계비행을 마무리하고 기지로 돌아갔고, 우리 편대는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진 월미도 상공에서 기수를 동쪽으로 틀어 16분쯤 뒤 강릉 상공에 도착했다.

강릉 상공을 비행하는 F-15K 편대. 공군 제공
강릉 상공을 비행하는 F-15K 편대. 공군 제공
강릉은 한국전쟁 당시 공군 전진기지가 있었던 곳으로, 당시 우리 공군은 북한군의 중부전선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단독출격 작전을 폈다.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 평양 대폭격 작전, 351고지 전투 지원작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편대는 강릉 해안을 거쳐 대구기지로 귀환했다.

이날 초계비행은 대체로 8천~1만 피트 안팎의 상공에서 300~400노트(555~740km/h)의 순항속도로 진행됐다. 다만 편대 4번기 조종사 김동욱 대위는 "우리 공군 F-15K 전투기가 이처럼 순탄한 초계비행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평상시에는 실전 상황에 대비해 전술 및 전투훈련비행을 수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과정에서 F-15K 파일럿은 표준 중력가속도의 6~9배(6G~9G)에 달하는 압박을 수시로 겪는다. 강릉에서 대구기지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편대는 급선회기동 등 고난이도 비행을 시연했는데, 탑승한 기자들은 당연히 중력가속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머리에 공급되는 혈액이 일시적으로 끊겨 시야와 정신이 아득해진다. 비행복 위에 겹쳐 입은 G-슈트(내중력복)가 허벅지 등을 자동으로 강하게 압박해주어서 기절은 면할 수 있었다.

김태욱 단장은 "통상 2시간에서 3시간까지도 비행을 하는데, 오랜 준비 작업도 있고 비행하는 도중에도 계속 편대 간격을 유지하는 등 세밀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며 "전방석 조종사는 아마 비행을 마치고 고개가 뻐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군 파일럿들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편대원 가운데 일부 조종사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유사시에 대비한 출격대기조로 편성됐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파일럿들은 (평시 훈련 등 일정 외에도) 수시로 7분 대기, 30분 대기, 1시간 대기조 등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기지를 쉽게 벗어나지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군인이기 때문에 대북 상황과 관련해선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강한 힘을 바탕으로 언제든 흔들림 없이 당당한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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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방부 공동취재단/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노컷뉴스에서 미디어N을 통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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